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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46)] 벚꽃과 함께한 봄날의 추억 같은 영화 '소울메이트'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4-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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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훨씬 이른 벚꽃의 만개로 너도나도 벚꽃 구경을 한 사람들도 많지만 봄비로 인하여 제대로 즐기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비가 내린 탓에 벌써 벚꽃이 지고 푸르른 잎새들만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처럼 벚꽃은 아주 활짝 피어 있는 기간이 짧다. 게다가 봄비 오는 시기하고 맞물리면 정말 그야말로 ‘화무십일홍’이다. 그래서 벚꽃이 피자마자 시간만 나면 여의도 윤중로, 일산 호수공원 등 벚꽃 명소를 쏘다닌다. 하지만 벚꽃보다는 엄청난 인파로 인하여 사람 구경할 때가 더 많다.
특이한 것은 벚꽃의 화사함에 취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들을 구경하는 가운데 자꾸 지나간 그리움들이 밀려온다. 벚꽃속에 보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오버랩 되어 누군가와 걸어가는 지난 벚꽃 시절의 나를 느껴 보고 있다.

지나간 봄들을 생각해보면 항상 누군가에게 벚꽃 구경을 가자고 해서 거의 매번 윤중로 벚꽃길을 걸어다닌 것 같다. 같이 가자고 한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고 그에게 환상적인 벚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나는 벚꽃보다는 함께 가자고 한 상대를 벚꽃보다 더 보고 싶어 했고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나에겐 그가 벚꽃이었다. 당연히 여의도 벚꽃은 그 다음으로 보고 싶었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여자들끼리의 우정이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선 보기드문 영화이다.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여자와 한 남자간의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이다. 흔한 삼각관계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벚꽃구경으로 비유하자면 벚꽃구경을 나온 늘 함께 살 정도로 친한 두 여자가 한 명이 먼저 가고 다른 한 명은 뒤따라 오게 하여 항상 둘이 같이 다니다가 각자 혼자인 경우를 느끼게 하는 정도의 설정보다는 훨씬 강력한 울림을 주는 무언가 있다. 서로 상반된 캐릭터를 갖고 다르게 살아가는 두 친구가 서로 오해하고 살아가다가 어느 한쪽을 따라가보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애정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남자주인공은 앞서 말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벚꽃 역할을 하는 그런 느낌이다. 엠비씨제작사 김흥도 감독은 벚꽃에 대하여 더욱 조바심 나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이전 ‘벚꽃 날리면’이라는 영화 촬영을 도와주면서 엄청나게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워낙 벚꽃 피는 기간이 짧고 더구나 눈처럼 흩날리는 장면은 바람이 불어줘야 하므로 꽃비가 내리는 장면은 포착하기 더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연기자까지 벚꽃이 지는 시기와 일기상황에 맞춰 섭외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여의도 벚꽃이 흩날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비가 이틀 연속으로 내리는 바람에 결국 벚꽃은 거의 다 떨어져 버렸다. 김흥도 감독은 낙담하고 그 멋진 장면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결국은 떨어진 벚꽃을 손으로 주워모아서 바람에 날리게 했는데 영 어색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영화건으로 주말에 월미도에 장소헌팅을 갔는데 약간 고지대인 월미산 중턱에는 벚꽃이 눈꽃처럼 날리고 있는 것 아닌가. 벚꽃은 기온에 민감해서 북쪽으로 갈수록 개화시기가 늦어진다.

그래서 월미도는 위도가 서울보다 조금 높고 산속이라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벚꽃이 서울에 비해 늦도록 안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월미도에서 벚꽃이 날리는 장면을 겨우 촬영했다고 한다.

벚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순간을 맞춰주기 위해서 먼 길 달려온 배우들과 카메라를 들고 숨을 몰아쉬며 산중턱까지 올라와서 좋은 구도를 잡으려고 애쓰는 촬영감독을 더 아름답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한 이유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 순간을 추억하고 싶은 자신만의 기억은 숨겨두고 다른 명분을 만들어 자주 월미도에 벚꽃놀이를 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벚꽃 잎을 막걸리 잔에 받아서 먹자는 명분으로 로맨티스트인 작가분들하고 월미도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를 못 맞춰서 한 번도 날리는 벚꽃속에서 술잔에 떨어진 벚꽃을 불어가며 마셔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는 올해에도 작년처럼 작가분들하고 월미도 낙화주 계획을 다시 잡는다. 하지만 모두가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지만 상관없이 무조건 갈 것이라고 한다.

벚꽃 낙화주가 목적이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들이 거기에 있어니까. 아마도 내년은 작가님들과의 벚꽃놀이를 추억하기 위해서 다른 팀들하고도 가지 않을까?

인간은 최고의 영성을 가진 존재인지라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즐기기보다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동시에 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벚꽃길을 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그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서로 자주 못 보게 되더라도 벚꽃과 함께 자신이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동시에 갖는다. 그러다가 영원히 못보게 되더라도 이왕이면 찬란한 슬픔 속에서 서로가 기억되고자 하는 마음인 것 같다.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벚꽃은 떨어지더라도 바닥까지 아름답게 만들고 그 장면은 영혼에 각인된다.

‘벚꽃 날리면’이라는 영화 주제가인 이혜민 가수의 ‘봄비에 벚꽃 날리면’ 가사가 떠오른다. 달리는 버스창가로 하얀 벚꽃이 날리면/ 너의 얼굴을 그리고 또 지우고 슬픔에 난 눈을 감았지/못지킨 약속처럼 하얀 벚꽃은 바람에 흩날리는데/영원을 약속한 그리운 너는 지금은 어디 있을까.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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