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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경쟁자 제거용' 투서에 쑥대밭 된 금융권

정성화 금융부 기자
정성화 금융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본격적인 후폭풍이 금융권에 불어닥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요즘 (제보성) 투서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은 최근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BNK금융지주에 대한 강도 높은 현장검사에 들어갔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BNK금융에 이어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수시검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이 원장은 최근 "요즘 금융지주사가 차세대 리더십을 내세우는데 금융지주 회장들이 너무 연임하다 보면 차세대 후보군에 무슨 리더십이 생기겠냐"면서 "6년이 지나면 그분들도 에이징돼(나이가 들어) 골동품이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통상 3년 임기인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6년간 회장직을 맡는데 차기 회장군이 고령화되는 만큼 세대교체를 가로막는다는 의미다.

언뜻 들으면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보이지만 걱정되는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금융권에서 CEO 선임 때마다 정·관계를 넘나드는 음해성 투서가 난무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부실화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는 계파 간 대립이 이어져 왔다. 이에 인사 시즌이면 우리금융 CEO 책상에는 투서가 넘친다는 얘기가 나왔고, 청와대·금융당국·국회·언론 등 우리금융 밖으로도 익명의 투서와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투서 내용의 진위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금융권에서 쏟아지는 투서는 공익 목적보다 '경쟁자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투서를 기반으로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흔든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당하는 쪽도 투서를 쏟아내면서 자칫 음해성 투서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이 6년 넘게 집권하면서 세대교체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 원장의 지적도 동의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현 회장의 오랜 재임을 막기 위해 70세 안팎으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또한 차기 주자들이 계열사 CEO 등을 맡으면서 회장에 오르기 위해 하는 경험과 경쟁을 단순히 늙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대다수 기업이 그러하듯이 내부 출신 금융지주 회장들은 계열사 CEO 등을 맡으면서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경쟁을 벌인다. 성과를 인정받으면 차기 주자로 살아남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를 떠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거쳐 행정과 입법 경험을 쌓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2016년 KB손해보험 사장을 맡아 그룹의 보험산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은 공로를 인정받아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신한은행장 시절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비금융 사업 활성화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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