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반려동물 늘며 종양·암 리스크 급증
손보사는 손해율 부담에 고액 보장 소극
소액진료 중심 설계…가입률 2%대 정체
손보사는 손해율 부담에 고액 보장 소극
소액진료 중심 설계…가입률 2%대 정체
이미지 확대보기31일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출시한 펫보험 대부분은 암 등 고액 치료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DB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가 경구항암제뿐 아니라 주사 항암제 치료까지 보장하는 신담보를 선보였지만, 펫보험 전반에서 반려동물 암 치료는 여전히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수의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망 원인 가운데 암(종양)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고령기에 접어든 개체가 크게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종양·암 진단과 사망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소형견과 대형견을 가리지 않고 암 발병 사례가 증가하면서, 암은 고령 반려동물의 대표적 사망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CIS)이 반려동물보험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종양·암은 내과·피부질환 등에 비해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고 1건당 치료비가 가장 큰 고액 손해 사고군으로 나타났다. 상위 사고 기준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안팎에 이르며, 단일 사고가 보험 손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구조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위험도의 기울기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종양·암은 6~7세 이후부터 상대위험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8세 이상 고령 구간에서는 위험이 폭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암이 젊은 반려동물에게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장수한 반려동물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핵심 리스크임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암 리스크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 펫보험 상품의 보장 구조는 이러한 현실과 괴리가 크다. 다수 상품이 내과·피부질환 등 다빈도·소액 진료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종양·암에 대해서는 연간 또는 사고당 보장 한도를 낮게 설정하거나 자기부담금을 크게 두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고령 반려동물의 경우 신규 가입이 제한되거나 갱신 시 보험료가 급등하고, 보장 범위가 축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보호자 입장에서는 보험의 체감 효용이 크게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은 외래 진료나 단기 치료에는 보험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정작 암 진단 이후 수술·항암·장기 치료 국면에서는 보장 한도에 막혀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암 보장에 소극적인 배경으로는 손해율 부담이 지목된다. 종양·암은 고령 구간에 집중 발생하고 치료비 편차가 커 손해율 변동성이 크다. 여기에 암 진단 이후에만 보험 가입을 시도하는 역선택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관리 부담이 큰 사고군일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이 펫보험에서 암을 핵심 보장으로 끌어안기보다 상대적으로 손실 관리가 용이한 소액·다빈도 진료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다.
펫보험 시장 성장에도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약 1500만 명에 달하지만,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펫보험이 현재의 자주 쓰는 보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 보험에서 암보험이 자리 잡은 것처럼, 반려동물보험 역시 저연령부터 장기적으로 비용을 분산해 부담하고, 고령·중증 질환 발생 시 확실히 보장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태형 한국신용정보원 조사역은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사고군별 손해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단기·소액 진료 중심의 (펫보험) 보장 구조로는 보호자 부담을 흡수하기 어렵고, 저연령부터 비용을 분산해 고액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