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광화문스퀘어’ 디지털 전광판 확산 시대적 변화… 교보생명 35년 ‘감성 글판’ 바뀔까

기업 상징과 도시 미관 사이의 ‘딜레마’
미디어 광고에 가릴까…교보생명 내부 ‘신중론’
‘조망권 침해’ 외국 공관·입주사 반발 우려도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조감도. 이미지=행안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조감도. 이미지=행안부 제공
서울 광화문 일대에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조성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사거리 핵심 빌딩을 소유한 교보생명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교보생명은 현재 사옥 외벽에 대형 글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사업에 참여해 전광판을 설치할 경우 기존 ‘광화문글판’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기업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아온 만큼 내부적으로도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추진 중인 ‘광화문스퀘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광화문스퀘어)’ 사업에 교보생명도 참여 대상 건물로 포함됐다.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디지털 옥외광고물 설치를 두고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광화문 일대를 제2기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고,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일대 9개 건물 외벽에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하는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현재 코리아나호텔과 KT WEST, 동아일보 사옥 등에 전광판 설치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교보생명을 비롯해 동화면세점, 다정빌딩, 국호빌딩, 일민미술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될 경우 현재 교보생명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의 훼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로 34주년을 맞은 ‘광화문글판’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대의 언어로 시민과 소통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1991년 1월 교보생명 창립자 신용호 회장의 제안으로 처음 걸린 이후, 계절마다 새로운 문안을 내걸며 30여 년간 시민의 일상에 시와 위로를 전해왔다. 초창기에는 기업 홍보 문구 성격이 강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감성 메시지로 방향을 틀었다. 2001년부터는 봄·여름·가을·겨울편으로 나눠 계절별 문안을 교체하며 ‘도심 속 문학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광화문글판은 단순한 옥외광고를 넘어 시민 공모와 대학생 참여를 통해 문안을 선정하고, 2015년에는 25주년 기념집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펴내는 등 서울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발전했다. 글판의 크기는 가로 20m, 세로 8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광판이 설치되면 시각적 간섭이 불가피하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영상 광고에 가려 글판의 본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전광판 크기를 조절하는 문제로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교보생명 사옥에는 주한 호주 대사관을 비롯해 핀란드·콜롬비아·오스트리아·리투아니아 대사관 등 여러 외국 공관과 한국후지쯔, 미쓰비시전기 등 글로벌 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형 미디어 전광판이 들어설 경우 입주자들의 조망권이 침해될 수 있어, 근무 환경을 중시하는 외국계 기관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광판 사업과 관련 여러가지 방안을 두고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