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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보험금 받기 더 힘들다…의료자문 부지급률 손보사 ‘2배’

의료자문 덜 하지만 부지급률은 더 높아
전문가 ‘자문 절차 공정성·투명성 미흡’ 지적
금융당국, 상급병원 자문의 풀·공시 확대 추진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손해보험사보다 의료자문을 활용하는 빈도는 낮지만, 자문을 거친 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비율은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이 보험금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평균 의료자문 실시율은 0.0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1%포인트(P) 낮아졌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청구인의 진단이나 치료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전문의에게 의학적 의견을 받는 절차다. 예컨대 수술의 필요성이나 질병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논란이 될 때, 자문의사가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별로는 메트라이프생명이 0.28%로 가장 높았고, iM라이프생명(0.27%), 흥국생명(0.15%), 동양생명(0.12%) 순이었다. 대형 3사 가운데서는 삼성생명이 0.10%,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0.07%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은 전년 대비 0.01%P, 교보·한화생명은 각각 0.03%P씩 하락했다.
손해보험사의 평균 의료자문 실시율은 0.1%로 생보업계보다 소폭 높았다. 삼성화재 0.09%, DB손해보험 0.03%, 현대해상 0.04%, 메리츠화재 0.06%, KB손해보험 0.06% 등 주요 5개 손보사는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의료자문 건수 자체도 손보업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 상반기 손보사 전체 자문 건수는 1504건으로 생보업계(344건)의 네 배 이상이었다. 실손보험 등 건강 관련 상품을 많이 보유한 손보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의료자문을 거친 뒤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부지급률’은 생보업계가 훨씬 높았다. 생보사들의 상반기 의료자문 후 평균 부지급률은 30.99%로, 손보업계(15.51%)의 두 배 수준이었다. 다만 부지급 건수는 생보업계 106건, 손보업계 144건으로 손보 쪽이 절대치는 더 많았다.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결과를 보험금 지급 거절의 근거로 활용하면서,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의 수단으로 오용될 경우 보험회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험산업 신뢰회복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의료자문기관 선정의 공정성, 자문 결과의 투명성, 표준화된 평가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업계 전반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의학적 가이드라인이나 독립적인 자문의 인력풀, 사후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로 구성된 자문의 풀을 운영하고, 진단 의료기관보다 상급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자문 남용과 편중을 막기 위해 의료자문 공시 항목을 확대하고, 자문 실시 사유별 통계를 공개하는 제도 개선도 예고됐다.

보험업계도 제도 개선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과잉진료를 걸러낼 장치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자문의 취지는 보험금을 정당하게 지급하자는 것인 만큼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되, 과잉진료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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