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급물살…與, 관련 법안 잇따라 발의
한은, 정치권 속도전에 신중론 고수…관련 콘퍼런스 개최 예정
한은, 정치권 속도전에 신중론 고수…관련 콘퍼런스 개최 예정

당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가속하면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과 속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당정은 글로벌 주요국이 앞다퉈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확보에 나선 만큼,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우선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보완점을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가야 한다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과 원화 수요 대체로 통화주권 침해를 우려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연계해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성과 특수성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가칭)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민병덕 의원은 자기자본금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에 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여당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한국보다 앞서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에 착수하면서 자칫 우리나라가 디지털 결제수단 기반 마련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세계 디지털금융 산업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엄연한 대선 공약"이라며 "이에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부상했으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드라이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은 정부와 여당의 스테이블코인 속도전에 신중론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기준금리 조정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미치는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전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비은행 기관까지 발행을 허용할 경우, 발행사의 준비자산운용 실패 가능성이 커지고 외부충격 발생시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는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적용되지 않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발행사가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 기존 화폐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변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당시 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하는 서클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USDC 준비금 400억 달러 중 약 33억 달러를 SVB에 예치한 사실을 밝히면서 1달러에 고정된 USDC 가격이 한때 0.87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준비자산인 은행 예금, 국채 등을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국채 가격이 급락하거나 은행의 유동성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충격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셈이다.
한은은 조만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조직 구성 후, 각 기관 견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콘퍼런스를 개회할 예정이다. 새 정부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슈가 부상하자 판을 키워 보다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