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세금으로 내준 대출 ‘햇살론’…4명 중 1명 못 갚았다

햇살론15,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율 ‘25.5%’ 껑충
대학생·청년·직장인 대상 햇살론도 부실화 늘어
경기침체 영향에 상환능력 악화…공급도 줄어
경기침체로 인해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부실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침체로 인해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부실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민금융의 대표 상품인 ‘햇살론’이 부실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적기관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은 무려 25%를 넘어섰고 회수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쳤다. 햇살론 재원은 정부 예산, 즉 국민들이 낸 세금과 금융권 출연금을 통해 운영한다. 가뜩이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민금융정책 확대가 예상되는데 높은 부실률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
8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햇살론 부실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작년 말 25.5%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20년(5.5%) 대비 무려 4.6배 악화한 수준이다. 대위변제율은 서금원이 대출을 연체한 채무자를 대신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준 비율이다. 햇살론15 대출을 받은 4명 중 1명이 돈을 갚지 못한 셈이다.

다른 서민금융상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저소득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한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은 2023년 말 9.4%에서 지난해 말 12.7%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고, 근로자햇살론도 2020년 10.5%에서 작년 12.7%로 악화했다. 이밖에 시중은행 대출인 햇살론뱅크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발급해주는 햇살론카드의 대위변제율도 각각 16.8%, 17.8%로 높아졌다.

사실상 세금 지출이 적지 않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회수 실적을 보면 매우 저조하다. 서금원 측은 대위변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채무자를 대상으로 회수 노력을 이어간다. 그러나 민간 금융기관이 아닐뿐더러 정책금융 특성상 추심이 제한적이다 보니 갚아준 돈의 절반도 못 받는 처지다.
202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금원이 갚아준 대출만 총 3조5665억 원(누적)이다. 이 중 회수액은 7207억 원으로 전체 20%밖에 안 걷혔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회수율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다. 한때 30%를 기록했던 회수율은 작년 상반기 기점으로 18%까지 떨어졌다.

특히 신용점수 하위 10%,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의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회수율은 1%대에 불과하다. 이 상품은 금융기관 대출 3건 이상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도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공급도 위기다。

근로자햇살론의 공급 규모는 지난해 기준 2조8087억 원을 기록해 전년(3조4342억 원) 18.2%(6255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햇살론뱅크와 햇살론15도 8810억 원, 1조853억 원을 기록해 33%, 17% 크게 축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서 “서민금융상품 이용자들이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주들이 많다보니 보니 상환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정책금융 특성상 민간금융기관과 달리 추심이 제한적이면서 회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정책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서민의 삶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서민금융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기 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민간금융회사에서는 연체율,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오히려 공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서민대출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이나 감독 기준 완화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