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개선 없이 ‘자본성 증권’ 조기상환 불허
대주주 JKL파트너스, ‘불리한 정보’ 숨길 가능성
내년까지 3조2000억원 콜옵션 도래…자본관리 부담↑
대주주 JKL파트너스, ‘불리한 정보’ 숨길 가능성
내년까지 3조2000억원 콜옵션 도래…자본관리 부담↑

금융감독원이 ‘제2 홈플러스 사태’ 방지를 위해 일부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콜옵션’(조기 상환) 행사에 제동을 걸어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적정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콜옵션을 행사하면 되레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말까지 보험업계의 콜옵션 행사가 도래한 자본성 증권 물량만 3조2000억원이 넘는데, 자본력이 열악한 중소형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롯데손해보험의 자본 적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콜옵션 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보험업법에 따라 롯데손보의 건전성이 개선될 때까지 원칙적으로 콜옵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롯데손보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12일로 연기한 바 있다. 기존 콜옵션 행사 기일은 8일이었으나 하루 전날 일정을 바꿨다. 롯데손보 측은 조기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 차환 목적의 후순위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승인을 거부해왔다.
롯데손보의 작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154.59%로,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급여력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진다. 관련 보험업 법령상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넘지 않으면 조기 상환을 하지 못한다. 당국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건전성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롯데손보 측의 콜옵션 행사를 허용할 경우 홈플러스 사태처럼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회사의 신용등급 하락 및 기업회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을 받는다. 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상환을 허용할 경우 이 같은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성 증권을) 발행한 주체는 기업이지만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고, 이사회 구성이 대주주인 사모펀드로 구성돼 있는데, 홈플러스 사태처럼 유사 사례를 반복하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롯데손보 측은 콜옵션 행사를 위해 회사 자체 자금을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당국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콜옵션 이행을 위해 당국 승인이 절대적인 만큼 현재 조기 상환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롯데손보 측 관계자는 “현재 콜옵션 이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당국이 콜옵션 이행 조건으로 건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콜옵션 이행을 앞둔 중소형사들의 관리 부담 역시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말까지 보험업계에서 콜옵션 시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3조2000억원을 넘는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