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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무역협정, 중국이 '방 안의 코끼리'라는 것 보여줘...EU도 미·중 사이서 딜레마

트럼프, 동맹국들에 중국 견제 동참 압박하며 무역협상 활용
EU,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균형 모색 중
유럽연합 깃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 깃발.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최근 체결된 미국·영국 무역협정을 면밀히 분석하는 가운데, 중국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발표된 이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중국 견제에 동참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1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EU와 회원국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영 협정은 철강과 의약품 등 중요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트럼프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중국전략위험연구소(CSRI)의 샘 굿맨 선임정책국장은 "강제 노동, 데이터 보안, 경제 안보, 투자 금지에 대한 미국과의 조율 언어는 중국이 '방 안의 코끼리'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협정문에는 영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의 공급망 보안과 관련 생산 시설의 소유권 성격에 대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신속히 충족시키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업계 관측통들은 이를 중국 소유권을 겨냥한 조항으로 해석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헨리 가오 교수는 "예상대로 중국이 핵심 관심사"라며, 이 합의는 "생산 시설의 소유권, 비참가자의 관세 우회 방지, 비시장 정책 조율, 공급망 내 강제 노동 문제 해결 등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어려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무역 컨설팅 회사 Goyder Ltd의 조지 리델 전무는 "양측이 수출 통제와 이중용도 기술 접근 제한 같은 문제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며, "무역 협정에서 이러한 협력을 공식화하는 것은 영국 정부와 중국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U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 이후 중국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동시에 두 개의 주요 무역전쟁을 피하려는 전략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월 24일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EU는 중국으로부터 무역 양보를 기대하는 한편, 미국과는 현재 EU 수출의 70%에 적용되는 관세 철폐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기술 회담에서 EU 관리들은 트럼프 팀이 중국의 산업 과잉 생산 문제 해결에 "확실한 관심"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EU는 특히 미국의 관세로 인해 가격이 인하된 중국산 상품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무역 전환'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4월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선적량은 21% 감소한 반면, 대EU 수출은 20.44%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에 관한 EU의 입장은 각 회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어 있다. 해외 투자 심사 도구 구현과 통합 수출 통제 체제 계획은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따르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의 데이비드 헤니그 영국 국장은 "영국 정부는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해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미래 약속의 의미를 더 느린 시간 내에 정의하고 다른 관계와 양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U는 현재 "탈동조화(decoupling)"보다는 "리스크 감소(de-risking)" 전략을 강조하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용적인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U가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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