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확전 가능성에 원화값 급락
달러 1500원·엔화 1100원 돌파 눈앞
달러 1500원·엔화 1100원 돌파 눈앞

원화가 글로벌 관세전쟁에 요동쳐 해외 유학생과 여행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 관세전쟁 격화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원화가 맥을 못추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3.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467.8원) 보다 3.2원 오른 1471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2시 48분 1473.7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3.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 급등은 미국발 관세전쟁 확대 탓이다. 관세전쟁 우려에 위험 회피 심리가 금융시장에 만연하면서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원화가 유난히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전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9.34원까지 오르며 1000원을 넘어섰다. 2023년 4월 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1000원 밑으로 다시 내려왔지만 이날 오후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1000원 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원·유로 환율 역시 1600원대로 껑충 뛰었다. 2월 중순 때만 해도 1500원을 밑돌던 원·유로 환율은 지난 3일 1600원대로 올라선 뒤 이날 오후 3시 40분 1617.47원에 거래되고 있다.
차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유로화 값은 동반 상승하면서 엔저를 틈타 일본여행을 계획하던 여행객들과 유학생들의 한 숨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분할 송금과 외화 입출금통장 개설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출금통장을 개설하고 환율이 내릴 때 마다 미리 환전해 두면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급 엔저를 타고 이어진 '일본 여행 붐'도 엔고로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 8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서면서 일본 말고 다른 여행지를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원화 기피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달러화가 1500원, 엔화가 11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한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전까지 중국이 보복관세를 취소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중국에서 협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은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한국은 중국 수출 비중 매우 높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격화될 경우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