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시장 부진에도 리스·렌트는 급성장 했다.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초기비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여’ 방식으로 돌아선 영향이다.
리스 시장은 과거 일부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개인 소비자들의 침투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의 차량 소비성향 변화와 함께 다양한 유형의 렌트·리스 모델이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분석이다.
3일 여신금융업계 따르면 리스시장에서 일반 개인 소비자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KB국민·롯데·BC·삼성·신한카드 등 6개사의 리스 잔액은 6조4632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831억 원) 소폭 늘었다.
카드사의 리스자산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2015년 당시 2조3000억 원대에 그쳤던 리스 자산은 취급업체가 늘면서 2020년 3조8000억 원대를 넘어섰고, 2021년 4조9285억 원, 2022년 6조3372억 원, 작년 6조5902억 원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에서도 운용리스 중심으로 성장이 두드러진다. 현대캐피탈의 리스자산 취급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4조3244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3%(1399억 원) 늘었다. 리스 성장이 본격화하던 2020년 말(2조4148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79%(1조9096억 원)나 급성장했다.
KB캐피탈에서도 취급규모가 미미했던 운용리스 규모가 이제는 자동차할부자산과 맞먹는 수준으로 커졌다. KB캐피탈의 운용리스 규모는 약 3조 원 규모로 자동차할부자산(3조2223억 원)과 비슷하다.
반면 직접 구매방식인 할부금융 시장은 정체가 뚜렷하다. 6개 카드사의 할부금융자산은 재작년 10조690억 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 9600억 원대로 줄었다. 작년 17조 원에 달했던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성장도 올해 들어선 주춤하고 있고, KB캐피탈 역시 3조 원대에서 성장 폭이 다소 둔화했다.
차량 소유를 목적으로 직접 구매하는 할부시장보다 리스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더 받기 시작한 배경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을 보면 최근 들어 차량을 무조건 소유하기보다 인수 및 반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용리스 및 장기렌터카를 중심으로 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법인고객을 중심으로 차량 리스 및 렌탈 수요가 있던 과거와 달리, 차량 관리에 대한 편의성, 교체 옵션 등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인해 개인 고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 20%대에 불과했던 렌터카 및 운용리스의 개인 고객 비중은 최근 40~50%까지 늘었다.
자동차 가격이 올랐다는 점도 리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목돈 지출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신차 출고 가격 상승은 초기비용 부담이 적은 운용리스 및 렌터카 상품의 높은 성장을 견인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판매되는 국산차 및 수입차의 평균가격은 2019년 대비 약 30% 상승했다. 국산차 평균차량가격은 2019년 2795만 원에서 재작년 3587만 원으로 올랐고, 같은 기간 수입차는 6012만 원에서 7837만 원으로 상승했다.
운용리스 및 렌터카의 경우 차량 인수 및 이용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월납입금에 포함해 있어 상대적으로 초기자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용으로 차량을 소유하고 재산으로 인식하는 과거와 다르게 차량을 이동 수단으로 인지하고 트렌드 변화에 맞추어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차량 구매비용, 차량이용 측면에서 개인화된 옵션 제공과 차량 소유 시 발생하는 번거로운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