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관료 출신으로 교체되는 가운데 조용병 전 회장과 신한은행장으로 손발을 맞춰온 진옥동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한금융은 세대교체와 경영 연속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단 분석이다.
취임식에서 진 회장은 "오늘 신한금융 회장으로서 영광스러운 첫 걸음을 내딛는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금융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신한을 창업하신 고 이희건 명예회장님과 재일교포 주주님, 일류를 향한 뜨거운 에너지를 남겨주신 조용병 회장님을 비롯하여 성공의 역사를 쌓아 주신 많은 선배님들,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신한인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등은 우리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일류는 고객과 우리 사회의 인정으로만 완성된다"면서 "40여 년간 이어온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일류신한, 백년신한의 꿈을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진 회장의 취임으로 신한금융은 6년 만에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가 끝난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달아 연임에 실패하고 외부출신 수장들로 교체되는 가운데 신한금융은 경영 연속성을 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임기를 마친 조 전 회장은 진 회장에 대해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역량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든든한 후임자가 있어, 신한금융은 조금의 공백 없이 일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진 회장은 조 회장으로부터 '훌륭한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다. 조용병 전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집중 주문했고 이는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신한금융은 2021년 KB금융에게 내줬던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4조64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강력한 라이벌인 KB금융(4조4133억원)보다 앞섰다.
다만 재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강화 등은 숙제로 남게 됐다. 조 전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용퇴를 결정했지만 당시 신한은행장이였던 진 회장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7.69%)은 지난 16일 기금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진옥동 회장 선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진 회장의 선임 안건이 결국 외국인 주주 등 다른 주주들의 찬성하면서 통과됐지만 진 회장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진 회장은 취임사 곳곳에서 '사회적 역할'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재무적 성과경쟁에 치우치지 말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자"며 "우리는 이미 '선한 영향력 1위'라는 명확한 목표를 중장기 지향점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