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전반의 실적도 좋다. 하이트진로의 2024년 소주 부문 매출은 1조29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9억 원(5.7%) 증가했다. 이는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한 주력 사업으로 평가된다.
통상 한 기업이 다양한 주류 브랜드를 운영할 경우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신제품이 기존 브랜드의 매출을 잠식하는 구조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이 그렇다. ‘켈리’ 출시 이후 맥주 부문 매출은 34억 원 줄었고 생산량은 약 6만5000㎘ 감소했다. 테라와 켈리가 점유율을 나눠갖는 동안 공장 가동률도 평균 64%로 하락했다.
하지만 소주 부문은 달랐다. 2019년 ‘진로이즈백’이 가세한 후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는 65%까지 확대됐다. 작년 기준으로도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용식 세종대 전략경영학부 교수는 “여러 제품을 출시했을 때 매출 간섭이 일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여러 제품군이 함께 성장하며 시장 점유율 자체를 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소주 실적의 상승 배경에는 ‘진로’와 ‘참이슬’의 투트랙 전략이 있었다. 진로는 MZ세대 등 젊은 층을 겨냥했고 참이슬은 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마케팅에 나섰다. 변화하는 주류 문화 속에서 진로는 ‘홈술’, ‘헬시 플레저’ 같은 트렌드에 부합하며 저도수와 깔끔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2022년에는 제로슈거 버전으로 리뉴얼하며 건강 소비층을 흡수했다.
진로와 참이슬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진로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뉴트로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감성을 부각시켰다. 2019년 출시 당시 1970~1980년대 한자 로고와 복고풍 병 디자인을 복원해 과거의 진로를 재현했고, 상징 캐릭터인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혔다. 두꺼비는 굿즈, 협업 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며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병이 예뻐서 사고 싶다”, “두꺼비가 귀엽다”는 반응 속에 캐릭터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도 하이트진로는 두꺼비를 키링으로 제작한 TV광고 '키링껍' 편을 선보이는 등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주류업계 최초의 굿즈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도 열며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나섰다.
참이슬은 일관된 이미지로 전국민 소주라는 포지션을 유지해왔다. ‘청정함’을 앞세운 브랜딩을 이어왔고 이영애·김태희·하지원 등 톱 여배우 모델 전략을 통해 신뢰와 친숙함을 쌓아갔다. 2014년부터는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해 청량하고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인지도 높은 모델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소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진로’, ‘참이슬’에 더해 ‘진로골드’를 앞세운 쓰리트랙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진로골드는 2023년 4월 출시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쌀 100% 증류원액을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도수는 15.5도로 저도수 트렌드에 맞춘 제품이다. 진로는 다양한 이종업계와 협업을 확대해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진로골드는 15.5도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참이슬은 전국구 브랜드로서 입지를 유지하며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