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인도 CCI, 14년 담합 사건 무혐의 종결...인도 제약 유통 '성역' 사실상 유지

"조사국, 2011년 이전 증거에 편중"...180조 시장 겨눈 K바이오 전략 새로 짜야
인도경쟁위원회 로고. 사진=인도경쟁위원회 페이스북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인도경쟁위원회 로고. 사진=인도경쟁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인도 경쟁위원회(CCI)가 자국 제약 유통 담합 의혹 사건을 14년 만에 무협의로 종결했다. 인도 CCI는 인도 기업부 산하 시장 규제 기관으로 한국의 공정 거래위원화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인도 법률 전문매체 비더블유 리갈월드(BW Legal World)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플라, 썬 파마, 닥터레디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은 경쟁법 제3조(반경쟁적 합의 금지)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반독점 리스크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

이번 결정의 실질은 협회 중심의 인도식 유통 관행이 사법적으로 건드려지지 않은 채 유지됐다는 데 있다.

유통협회의 제약사 규제 조건이 발단


이 사건은 2012년 전인도약품유통업자연맹(AICDF) 카일라시 굽타 회장이 경쟁법(Competition Act, 2002)에 근거해 제기했다.

굽타 회장은 전인도약사협회(AIOCD)와 계열 협회들이 제약사들에 유통업자 지정 전 협조확인서(LOC)·이의없음증명서(NOC) 취득 강제, 신약 출시 전 제품정보서비스(PIS) 수수료 징수, 양해각서(MOU)를 통한 거래마진·공급 개입 등 규제적 조건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CCI 조사국(DG)은 조사 끝에 이런 관행이 실제 지속되며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냈다.

CCI, 조사국 결론 뒤집어… "2011년 이전 증거에 편중"


CCI 위원회는 조사국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정문의 핵심은 조사국이 2011년 이전 자료에 주로 의존했고, 이후 협회 측이 도입한 시정조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IOCD는 2014년 NOC·LOC 요건, 거래마진 고정, PIS 수수료, 불매 관행이 더 이상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확약한 바 있는데, 조사국은 이 확약 이후 상황보다 2009~2012년 문서에 무게를 뒀다.

PIS 수수료 강제 징수를 뒷받침할 증거도, 조직적 불매의 문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쟁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고, 제48조에 따른 협회 임원 개인 책임 문제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CCI, 적법성 판단 아닌 '확약 신뢰'로 무혐의… 관행 존속 여지 남겨


CCI가 AIOCD의 유통 관행 자체를 적법하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관행의 적법성을 판단한 게 아니라, "AIOCD가 2014년에 시정을 확약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조사국의 낡은 증거 판단을 기각한 것이다.

CCI는 그 확약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됐는지까지 검증하지는 않았다.

협회발 유통 통제가 현장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인도 제약 유통시장이 협회 중심의 폐쇄적 구조라는 업계 통념은 이번 판결로 뒤집히지 않았다.

인도 제약 시장 2030년 180조 전망돼


한국의 인도에 대한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약 2924만 달러(약 400억 원) 수준이다. UN 콤트레이드(COMTRADE) 집계에 따르면 이 수치는 최근 대체로 2900만 달러 선을 유지해왔다.

인도가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제네릭 생산국인 만큼,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완제의약품보다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닌 바이오시밀러와 일부 핵심 원료의약품(API)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도 제약시장은 2024 회계연도 650억 달러에서 2030년 1300억 달러(약 180조 원)로 두 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인도상공부 산하 IBEF가 베인앤컴퍼니(Bain & Co)와 인도 정부 경제서베이를 인용해 내놓은 수치다.

인도 바이오경제 전체 규모는 2014년 100억 달러에서 2023년 1510억 달러(약 210조 원)로 9년 새 15배 성장했다.

인도 생명공학산업연구지원위원회(BIRAC)와 생명공학기업연합(ABLE)이 공동 발간한 「인도 바이오경제 보고서 2024」에 따른 것으로, 이 중 바이오제약(Biopharma) 부문이 538억 달러(35.65%)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K바이오 현지 전략, 무엇을 다시 짜야 하나


인도 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검토하는 국내 제약사에게 이번 결정은 "인도 유통망은 현지 협회와의 관계 설정 없이는 우회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신호다.

한국 업계는 단순 완제의약품 수출보다 인도의 대량생산 역량과 결합하는 위탁생산(CMO) 협력이나 현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확대하는 추세인 만큼, 유통업자 지정·마진율 책정·신제품 출시 절차에서 협회 관행을 존중하지 않고 진입할 경우 마찰에 노출될 수 있다.

현지 로펌·컨설팅을 통한 협회 관행 사전 파악, 유통 계약서상 협회 개입 조항 명시적 배제 등 대응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유통 단계의 담합 여부를 다룬 것으로 원료의약품(API) 생산·품질·수출 규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 공급망 리스크가 이번 결정으로 낮아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반독점 부담을 던 인도 제약사들이 미국·유럽 CDMO·제네릭 시장에서 수주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되나, 아직 업계·증권가의 구체적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은 시나리오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