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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벌금 물려고 강도짓을…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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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있었다. 어떤 30대가 광주의 편의점에서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 돈을 털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도망친 사건이었다. 이 30대는 나흘 뒤 광주교도소 접견실에서 경찰에 붙들렸다는 보도였다.

30대가 강도짓을 한 이유가 희한했다. 과거 주거침입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미납 벌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금품을 빼앗으려다가 실패하고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미납’된 벌금이 얼마였는지는 보도에 없었다.

그렇지만, 서민들은 벌금을 그만큼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기사가 될 수 있었다. 빠듯한 살림에 벌금, 과태료 물기가 버거운 것이다.

그런데, 벌금과 과태료를 물린다는 정부 발표는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것만 헤아려도 대충 다음과 같았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설을 앞두고 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한다. 단속인력 900여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5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원산지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 정부는 20일부터 23일까지 난방을 가동하면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위를 ‘집중’단속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했다. 과태료는 최초 경고 후 1회 위반하면 150만 원, 2회는 200만 원, 3회는 250만 원, 4회 이상 위반할 경우 300만 원이다.

▲환경부는 설을 앞두고 13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유통매장에서 과대포장 단속을 벌인다. 포장 기준을 위반한 제품 제조·수입업자는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도 똑같은 발표를 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연초인 지난 3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과태료 부과 및 단속기준’을 발표하고 있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했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 그 외에 주차표지 부정사용은 200만 원, 주차방해는 50만 원을 부과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 동물을 학대해서 죽였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사역 동물을 실험에 썼을 때의 처벌 기준도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작년 연말 무렵에도 적지 않게 발표되고 있었다. ▲임대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도 재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동물 해부 실습을 시킬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 ▲민방위법을 어겼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 상한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 ▲축산물이력제를 닭과 오리, 달걀까지 확대하고 위반하면 최대 500만 원 과태료.…

이렇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리면 정부는 일의 ‘능률’이 오를 것이다. 하지만 ‘행정편의주의’라는 불만을 살 수도 있다.

게다가, 국민은 부담스럽다. 벌금 때문에 강도짓을 한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