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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독성·부작용 유발 물질 '카이랄' 육안으로 검출 성공

카이랄성 따라 부작용 갖는 화학약품 제조단계에서 실시간 검출

홍정민 기자

기사입력 : 2019-12-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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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상 이성질체를 갖는 나선형 나노구조체의 모식도. 오른손 꼬임 구조체는 우회전성 원편광-빛을 반사하고, 왼손 꼬임 구조체는 좌회전성 원편광-빛을 반사한다. 사진=KAIST
국내 연구진이 육안으로 식품이나 약물 등에 함유된 카이랄 물질을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광학·화학 센서 등의 응용기술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이 대학 윤동기 화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나선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액정 물질을 이용해 광결정(photonic crystal) 필름을 제작해 카이랄 물질을 별다른 기기 없이 눈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바나나 모양의 굽은형 액정분자는 고온에서 서서히 냉각될 때 무작위로 배향된 나선형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들을 잘 정렬할 수 있다면 카이랄 광결정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그동안 LCD용 액정 재료와는 달리 굽은형 액정분자를 정렬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복잡한 분자구조의 액정 재료를 활용하기 위해선 극한으로 분자들의 거동을 제어하고 균일한 배향을 유도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관련 기술의 부재로 응용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LCD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는 일반형 액정분자보다 분자구조가 더 복잡한 굽은 형태의 액정분자가 형성하는 200~300nm(나노미터)의 나선 주기를 갖는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대면적에서 배향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빛을 반사하는 광결정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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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향된 액정필름을 이용하여 카이랄 시료를 검출하는 모식도. (a) (-) 카이랄성을 갖는 과당을 이용해 광결정 필름을 관찰하면 왼손 꼬임 영역이 밝게 보인다. (b) (+) 카이랄성을 가지는 포도당을 이용해 필름을 관찰하면 오른손 꼬임 영역이 밝게 보인다. 어떠한 영역이 밝기 보이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시료의 카이랄성을 검출한다. 사진=KAIST
이후 연구팀은 이 분자를 제어하고 응용하기 위해 빛에 의해 분자의 모양 및 배향이 바뀌는 현상인 광이성질체화(photoisomerization)를 유도할 수 있는 광 반응성 굽은형 액정분자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 액정분자들이 마치 해바라기가 빛을 따라가듯이 빛에 나란히 배향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형성하는 나선 나노 구조체도 빛의 방향에 따라 매우 균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방향이 제어된 나선 나노 구조체는 분자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 푸른색에서 초록색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일종의 카이랄 색상 거울로 활용할 수 있다.

윤동기 교수팀은 이 거울을 이용해 왼쪽 혹은 오른쪽의 카이랄성을 갖는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 한 예로 설탕을 이루는 과당과 포도당의 경우 별다른 도구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의 카이랄성을 갖는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의약품 및 관련 화학산업에서 물질의 카이랄성은 독성 및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예를 들어 60여 년 전에 임산부 입덧 방지용으로 쓰이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은 카이랄성이 다를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지된 바가 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카이랄성에 따라 부작용을 갖는 화학약품들을 제조단계에서부터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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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화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나선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액정 물질을 이용해 광결정 필름을 제작해 카이랄 물질을 별다른 기기 없이 눈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윤동기 교수, 박원기 박사과정. 사진=KAIST
박원기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지난 4일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 표지논문에 게재됐으며 국제 학술지 ‘NPG 아시아 머티리얼즈(NPG Asia Materials)’ 8월 1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 전략과제,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과 교육부의 글로벌연구네트워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홍정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oodlif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