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자문해 보라. '나는 예측 불가능한 리더는 아닐까?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바꾸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지시를 하지는 않았는가?, 번복을 죽 끓듯 해서 귀가 얇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가? 과도한 예측 불가능으로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가?' 예측할 수 없는 리더라는 평판을 듣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해결 방법을 찾을 때는 필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답정너' 즉,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고 하든가, '라떼는'의 말을 쓰는 리더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것도 필요하다. 여기서 '라떼는'은 커피의 일종인 '라떼'가 아니라 '나 때는'의 젊은이들의 표현이다. '나 때는 이렇게 했어!'라는 말은 젊은이들이 제일 싫어한다. 시대와 상황이 바뀌어 더 좋은 방법이 있는 데도 자기의 성공방식을 강요하는 리더를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라고 부른다.
군주들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권력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만약 군주가 항상 예측할 수 있게 움직이면 신하가 군주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종 고의로 군주는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일관성이 없거나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행동은 사람들은 당신에게 위협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한비자'도 "군주가 의도를 드러내면 신하는 군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꾸미기 때문에 속뜻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지만, 이것은 리더가 맹목적으로 자기 생각이나 방법이 옳다고 아부하는 부하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목적이나 기준조차 알지 못하게 하라는 말은 아니다. 리더라면 방향이나 목적은 정하되 방법은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다. 리더 자신이 선입관이나 패러다임을 내려놓고 구성원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철학의 개념이야 그렇다 치고 조직 운영철학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자신의 조직운영 철학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보는 것이 좋다. 즉, 자신이 조직에서 은퇴할 때 또는 100세 생일 파티 때 주위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한 후 어떻게 하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정리하면 그것이 경영철학이나 조직운영철학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죽음의 문턱에서 또는 직장 은퇴 시 '①부하에게는 어떤 고마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②상사에게는 어떤 기여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③동료에게는 어떤 칭찬을 듣고 싶은가 ④사회로부터는 어떤 감동의 말을 듣고 싶은가? ⑤가족으로부터는 어떤 찬사의 말을 듣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정리해 본 후,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를 정리하면 이것이 CEO에게는 경영철학, 팀장이나 임원에게는 조직운영철학이 된다.
즉, 'ⓐ부하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이렇게 부하들을 대하겠다. ⓑ상사로부터 조직에 기여했다는 말을 듣기 위해 이런 기준으로 일하겠다. ⓒ동료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이런 도움을 주겠다. ⓓ사회로부터 감동의 말을 듣기 위해 이렇게 봉사하겠다. ⓔ가족으로부터 찬사의 말을 듣기 위해 이렇게 헌신하겠다.'는 것을 정리하면 경영철학 또는 삶의 철학이 된다.
실제로 필자는 비즈니스 코칭 마무리 단계에서 이런 작업을 한다. 비즈니스 코칭 목표는 대부분 성과에 관련된 것이지만 그 성과를 달성한 후에도 일관성 있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조직운영 철학을 만드는 세션을 갖는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