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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앤드류 카네기의 거대한 산업 기업 US스틸은 미국의 철도와 고층 빌딩, 2차 세계대전 승리에 기여한 군용 기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빔, 철근, 철판을 생산해 왔다는 점만으로도 오늘을 재조명하는 일이다.
그러나 20세기를 건설한 제철 기술은 21세기의 재앙적인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하는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것은 카네기의 용광로가 간단한 공법을 사용해 온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미국의 철강 기술은 1t의 강철을 생산하기 위해 슈피리어 호수 북쪽의 풍부한 매장지에서 약 1.4t의 철광석과 탄소가 풍부한 애팔래치아 광산에서 800kg의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용광로에서 녹이면서 공기를 불어넣어 강하고 연성인 금속을 생산했다.
하지만 전기 아크로, 즉 EAF를 사용하는 다른 방법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되는 일이다. 동일한 1톤의 강철을 만들기 위해 600kg의 철광석, 150kg의 석탄, 700kg의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이는 전기로 방식의 우월성에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순수한 용광로와 비교 한다면 용광로에서는 2.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해 전기로는 약 0.4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기아크로가 월등하게 적게 배출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아크로는 상대적으로 고로 주도의 철강 산업에서 틈새시장일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화로 인해 발생된 철강이 쌓이면서 값싼 스크랩이 산더미처럼 누적되자 전기아크로 공법은 카네기식 용광로 철강을 능가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US 스틸의 약 3분의 1에 불과했던 전기아크로 기반의 철강업체는 뉴코를 비롯해서 제강분야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뉴코는 현재 훨씬 뛰어난 수익성과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뉴코의 시가총액은 현재 410억달러에 달한다. 광산업체에서 철강업체로 변신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 Inc.)가 US 스틸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이전까지만 해도 US 스틸의 시가총액은 50억달러 미만이었다.
이 변화는 전 세계 산업 전반에 걸쳐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청정에너지 싱크 탱크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고로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에서 계속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계획된 제철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전체의 67%(현재 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거의 동일)였던 고로는 지난해 57%로 떨어졌다.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는 제철업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시작하려면 업계 전체가 전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확실한 신호탄으로 작용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 변화의 일부는 탈탄소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2025년에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를 사용하여 용해로에서 용융용 철을 생산하는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고자 하는 스웨덴 기업 H2GS AB는 최근 몇 달 동안 리오 틴토 그룹과 발레 SA와 금속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중국 바오우강철 그룹은 올해 탄소 배출량을 정점으로 2025년까지 30%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로 큰 제철소인 안스틸 그룹과 HBIS 그룹도 각각 2024년과 2022년에 탄소 배출량 정점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 2위 기업인 아르셀로미탈 SA 역시 2030년에 유럽 공장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수준 대비 30% 감축할 계획으로 있다.
철강업체들이 탈탄소를 향한 약속을 기꺼이 이행하겠다는 것은 미국 철강업의 쇠퇴를 주도했던 세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고로가 중국의 철강 생산을 지배해 온 이유는 새로운 금속에 대한 탐욕스러운 수요를 충족시킬 고철이 전 세계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이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했다.
이러한 호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은 엄청난 양의 고철이며 이 고철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철강 제조의 원료로 등장하게 된다. 10년 이상 전에 제작된 자동차, 선박, 건물은 이제 분쇄되거나 철거되면서 고철로 방출될 것인데 이 철 스크랩이 전기아크로의 풍부한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해석이다.
중국 정부 계획기관은 중국의 철 스크랩 사용량을 2020년 2억6천만t에서 2025년에는 3억2천만t으로 늘려, 수입 철광석의 거의 10분의 1을 국내산 철 스크랩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용광로에 필요한 녹슨 금속을 생산하기 위해 폐차장을 동원할 수 있다면, 이는 중국의 새로운 철강 수요를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글로벌 철강 산업은 2050년까지 탄소 발자국을 제로화한다는 광범위한 목표를 달성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고로의 수명이 30년이라고 할 때 계획된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가 보고한 57%보다 0에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더럽고 낡은 고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가정이 오랫동안 지배해왔다. 1901년 앤드류 카네기와 JP 모건이 함께 설립했을 때보다 2020년 현재 가치가 더 낮은 US 스틸의 경험은 그 길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길은 아님을 시사한다.
이제 철 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전기아크로 시대가 왔음을 실감하게 될 전망이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