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화가 원석연 10주기 맞아 '연필로 우리 시대 그려낸 시대정신'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작가 원석연은 한국 화단에서 독특한 인물이다. 60여년 동안 오직 연필화만을 그려온 작가인데다 기인으로 불릴 정도로 괴퍅스러운 성격 탓에 언제나 제도권 밖에서 머문 작가이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소묘가로서 일가를 이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국전에 출품해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안달하는 미술계의 풍토와는 달리 철저하게 제도권을 외면했다. 고립을 자초한 채 외골수로 연필그림 창작에만 매달린 것이다.
황해도 태생인 원석연은 일본 가와바타에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해방 직후 연필의 매력에 빠져 연필화를 그리기 시작해 죽기 전까지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 한 점도 없는 걸 보면 그가 연필화에 얼마나 푹 빠져 살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흰 종이에 연필로 실물 크기의 개미 한 마리를 그려놓고 같은 크기의 유화 작품과 같은 가격이 아니면 팔지도 않았다. 며칠 동안 그린 초상화를 초상의 주인이 수정을 요구하자 그 자리에서 찢어버릴 정도로 자존심도 강했다. 작품 값을 깎아달라는 화랑 측과 컬렉터들의 요구도 거절했다.
그의 이름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개미 연작'으로 알려졌다. 실물 크기로 정밀하게 그린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다.
1970년대에는 접으로 묶인 마늘, 두릅에 엮인 굴비 등 이전부터 그려온 소재에 호미, 갈고리, 토막난 생선, 소쿠리 속의 늙은 호박 등 일상적인 사물을 그렸다. 1980년대 생애 후반부로 갈수록 화면에는 여백이 많아졌다. 화면 한가운데 극사실로 묘사된 사물을 두고 흰 여백과 대조를 일으켰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오는 20일부터 7월28일까지 원석연 화백 10주기 추모전 '연필로 그려낸 시대정신'을 연다. 시대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변화됐으며 당시의 생활상들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회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개미'를 비롯해 전쟁 직후 청계천 주변의 판잣집들을 리듬감 있게 묘사한 '청계천', 작품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양미리', 추수하고 타작한 볏단을 쌓아 놓은 '볏단', 철재의 특징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가위' 등 80여점이 벽에 걸린다. 02-725-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