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상한보다 7.5% 낮게 책정…28일 홍콩 증시 거래 시작 예정
JP모건·알리바바 등 주요 투자자 공모물량 절반 인수…실적 검증 요구 커져
JP모건·알리바바 등 주요 투자자 공모물량 절반 인수…실적 검증 요구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둥산정밀이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과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 속에서 약 13억달러(약 1조7190억원)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당초 제시했던 공모가 상한보다 7.5%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으며 JP모건자산운용과 알리바바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전체 공모물량의 절반을 인수하기로 했다.
둥산정밀은 AI 서버에 사용되는 PCB와 광통신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둥산정밀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둥산정밀이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공모가를 주당 86.80홍콩달러(약 1만4600원)로 확정하고 약 1억1380만주를 발행해 99억홍콩달러(약 1조67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상장은 최근 약 두 달 동안 홍콩에서 이뤄진 기업공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공모가 상한보다 7.5% 낮춰…28일 거래 시작 예정
둥산정밀은 이날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공모가를 주당 86.80홍콩달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제시한 공모가 상한은 93.80홍콩달러(약 1만5800원)였다. 최종 공모가는 상한보다 7홍콩달러 낮으며 할인율은 약 7.5%다.
둥산정밀은 공모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발행물량 조정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실제 공모물량은 약 1억1380만주로 결정됐다.
둥산정밀의 홍콩 증시 거래는 오는 28일 시작될 예정이다. 둥산정밀은 이미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다.
선전증시에 상장된 둥산정밀 주가는 지난 6월 고점에서 약 60%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약 35% 상승한 상태다.
주가 급락으로 홍콩 공모가격의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인도수에즈자산관리의 프랜시스 탄 아시아 수석전략가는 “둥산정밀의 선전 상장주가가 급락하면서 홍콩 공모가격을 산정하는 기준 기업가치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AI 산업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를 원하지만 이제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식을 매수하기보다 실제 이익을 얼마나 명확하게 예상할 수 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JP모건·알리바바 등 공모물량 50% 인수
둥산정밀의 이번 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다.
JP모건자산운용, 알리바바그룹, 중국 사모투자회사 CPE, 반도체기업 몽타주테크놀로지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기업과 투자기관은 전체 공모물량의 약 50%를 인수하기로 했다.
제인스트리트그룹과 점프트레이딩도 주요 투자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기업공개 과정에서 일정 물량을 사전에 인수하기로 약정하는 기초투자자들이다. 기초투자자는 공모주를 배정받는 대신 상장 이후 최소 6개월 동안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둥산정밀이 공모물량의 절반을 이같은 투자자들에게 배정하기로 한 것은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신중해지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AI 서버 PCB·광통신 부품 생산…세계 시장 3위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본사를 둔 둥산정밀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PCB와 광트랜시버 등을 생산한다.
PCB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회로기판이다.
광트랜시버는 전기 신호와 광신호를 서로 변환해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두 제품 모두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연산 및 통신 인프라에 사용된다.
둥산정밀은 이같은 사업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다.
둥산정밀의 홍콩 상장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둥산정밀은 852억달러(약 112조7000억원) 규모의 세계 PCB 시장에서 매출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AI 서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수록 관련 전자회로와 광통신 부품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에 비해 실제 수익 창출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공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 IPO 시장 500억달러 조달…최근 투자심리는 냉각
홍콩 기업공개 시장은 올해 들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활기를 나타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00억달러(약 66조1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10년의 578억달러(약 76조4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상승과 신규 상장기업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 때문에 투자자들과 상장 추진 기업들이 신중해지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악화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고점 이후 약 3조5000억달러(약 4628조원) 감소했다.
지난주에는 중국 본토의 주요 상장기업 300곳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했다.
홍콩의 기술주 지수도 중국 정부가 약 2년 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기록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할 상황에 놓였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기업 이익을 압박하고 있지만 강력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끌어낼 정도로 악화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둥산정밀은 공모가를 낮추고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이번 공모에는 UBS, 궈타이하이퉁증권, GF증권, 중신증권 등이 공동 상장 주관사로 참여했다.
블룸버그는 둥산정밀의 상장이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 기대가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제 실적과 기업가치를 더욱 엄격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