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청, 9월부터 일일 통행 선박 32~34척 감축
물동량 정체 속 희망봉 우회 선박 10년 만에 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겹쳐 해운 업계 핵심 위험 부각
물동량 정체 속 희망봉 우회 선박 10년 만에 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겹쳐 해운 업계 핵심 위험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파나마운하청(ACP)이 기상 악화로 저수지 용량이 줄어들자 선박 통행 제한을 강화한다. 로이터는 8월 22일(현지시각) 당국이 지난 5월 2026년 말까지 통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했던 방침을 철회하고 장기적인 엘니뇨 기후대응 체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운하청은 오는 9월 4일부터 하루 통행 선박 수를 34척으로 줄이고, 9월 15일부터는 하루 32척까지 추가 감축한다. 세부적으로는 네오파나막스 갑문 슬롯이 9개, 파나막스 갑문 슬롯이 4일 이후 25개에서 15일 이후 23개로 축소된다.
운하청이 밝힌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의 하루 평균 통행량이 34~35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통행 규모는 평소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
담수 부족과 통행 제한 파장
파나마운하는 이집트 수에즈운하와 달리 바닷물을 쓰지 않고 신선한 담수로 작동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80km 인공 수로에서 선박을 올리고 내리려면 가툰 호수와 알라후엘라 호수라는 두 개의 인공 저수지에서 막대한 물을 갑문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파나마운하 유역 장기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스티븐 페이튼은 지난 5월부터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대기 온도를 기록했으며 파나마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기후예측센터는 이번 북반구 가을과 겨울에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진단했다.
노스이스트대 새뮤얼 무뇨스 교수는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 운하청이 통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 조치가 세계 경제 시스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통행권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선사 간 입찰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운하청은 최근 통행을 마친 일부 선박이 경매에서 100만 달러(약 13억 8750만 원)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불했다고 인정했으며, 업계에서는 우선 통행권 낙찰에 400만 달러 이상이 쓰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체 항로 부상과 향후 과제
정기 노선권이나 자금이 부족한 선사들은 장거리 우회 항로를 택하고 있다. 석유화학 시장 분석업체 볼텍사의 로히트 라토드 수석 분석가는 이달 아시아로 향하는 액화가스 운반선 중 절반 정도가 파나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경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비율이다. 휴스턴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는 대형 가스선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면 26일이 소요되나 희망봉을 돌면 45일이 걸려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다.
파나마 당국은 장기 대책으로 리오 인디오 지역에 신규 저수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운하청은 새 저수지가 완공되면 향후 50년 동안 파나마 인구 절반의 용수와 운하 운영에 필요한 담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 단체들은 신규 댐 건설이 주변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시큐리티스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선박 용량 한계에 더해 엘니뇨가 해운 업계의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의 기후 변화 추이가 물류 정체 수준을 결정지을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