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개입에도 엔화 다시 달러당 159엔
美 50억~100억달러·日 500억달러 넘게 투입
美 물가 둔화·금리인상 우려 완화에도 엔화 약세
야데니 “엔화, 글로벌 금융 떠받치는 핵심 조각”
美 50억~100억달러·日 500억달러 넘게 투입
美 물가 둔화·금리인상 우려 완화에도 엔화 약세
야데니 “엔화, 글로벌 금융 떠받치는 핵심 조각”
이미지 확대보기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해온 만큼 엔화 가치가 급격히 움직일 경우 대규모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글로벌 자산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한때 달러당 157엔 안팎까지 상승했던 엔화 가치는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해 14일 달러당 159엔 부근에서 거래됐다. 개입 직전 달러당 엔화 환율은 164엔에 육박했다.
미국의 개입 규모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의 메모를 토대로 50억~100억달러(약 7조1000억~14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일본은 500억달러(약 70조9000억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개입에도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고 있으며 재정 부양책은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물가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더디다는 점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 엔화 흔들리자 ‘젠가 타워’ 된 세계 금융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다른 통화로 바꿔 미국 국채나 주식 등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전략가 에드 야데니는 최근 투자자 메모에서 현재 금융시장을 거대한 ‘젠가 타워’에 비유하면서 엔화를 전체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조각으로 지목했다.
엔화가 장기간 값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세계 곳곳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되는 자금의 기반이 됐는데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변하면 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일 양국이 엔화 방어에 나선 방식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달러가 아닌 유로를 매도해 엔화를 매수했고 일본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직접 매각하는 대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포춘은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엔화 급락이 미국의 부채 문제에 미칠 파장을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1조달러(약 1418조5000억원)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 미 국채를 대규모로 처분하면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야데니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계속해서 미국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오랜 전제가 이제 미국 정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젠가 조각을 하나씩 빼낼수록 전체 구조가 무너질 위험이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 美 금리인상 우려 줄었는데도 엔화 약세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최근 미국의 금리 환경이 엔화에 유리하게 바뀌었는데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예상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연방준비제도가 조만간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낮췄다.
앞서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가운데 연준이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심화됐다.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질수록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낮아졌는데도 엔화는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로빈 브룩스는 미국 금리가 일본 금리에 비해 하락하고 있는 환경이라면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계속 약세를 보였다며 이를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로 평가했다.
브룩스는 엔화의 장기간 하락이 일본의 잠재적인 부채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시장이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를 신뢰하지 않게 되면 개입이 일시적인 안정 효과만 낼 뿐 근본적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14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조금씩 올리는 수준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을 축소해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좁혀져야 엔화에 가해지는 구조적인 약세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일 양국의 대규모 시장 개입에도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릴 경우 충격은 외환시장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엔화라는 값싼 자금에 기대 구축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가 미국과 일본의 금리정책과 함께 새로운 시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