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다카이치 총리가 던진 이 파격적인 세금 감면 카드는 단순한 민생 안정책을 넘어선다. 고물가로 지친 국민의 주머니를 직접 채워 내수를 살리고, 자신이 주창해 온 경제 패러다임을 증명하겠다는 강렬한 집념의 산물이다. 취임 직후부터 '세금 감면'이라는 거대한 승부수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내던진 다카이치 사나에가 식품소비세율 인하로 승부수를 던 진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1961년 일본 나라현(奈良県)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나라현립 우네비고등학교를 거쳐 고베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로 활약하고 바이크를 즐기는 등 자유분방한 기질을 보였던 그녀는 졸업 후 마츠시타정경숙(松下政経塾) 제5기로 입숙하며 정치적 자양분을 쌓았다.마츠시타정경숙 수료 후 미국으로 건너간 다카이치는 미국 의회 펠로우(Congressional Fellow)로서 Patricia Schroeder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정책 연구 경험을 쌓았다.
이 시기 미국 정치의 현장을 직접 목도한 경험은 향후 그녀의 강한 미일 동맹관과 국가안보 중심주의 사상의 기틀이 되었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는 텔레비전 아사히 등에서 뉴스 앵커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며 대중적 인지도와 발군의 논리적 입담을 다졌다.1993년 제40회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마침내 정계에 입문한 다카이치는 이후 자유민주당에 입당하여 입지를 다져나갔다. 무소속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민당 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거듭난 그녀는 총무상, 내각부 특명담당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행정력과 정당 정치 경험을 완벽히 구축했다.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적 자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다. 다카이치는 정치적 견해와 안보관, 역사관 측면에서 아베 전 총리와 가장 완벽하게 궤를 같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첫째, 역사관과 안보 정책에서의 강경론이다. 그녀는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명기, 평화헌법 개정,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러한 강경 보수적 행보는 자민당 내 우파 세력인 '보수보수(保守保守) 연합'과 신보수주의 의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둘째, 나라현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지역적 기반이다. 정치 가문 출신 세습 정치인이 판을 치는 일본 정계에서 세습이 아닌 자력으로 나라 2구에서 9선 이상을 기록하며 강력한 지역 조직을 구축했다.셋째, 자민당 내 '아베파(청화정책연구회)'의 정책적 유산 계승이다. 아베 사후 분열된 파벌 구도 속에서도 다카이치는 보수층의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아베가 남긴 미완의 과제'를 완수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피력하며 총리직에 올랐다. 그녀의 정치적 입지는 '보수적 정체성 강화'와 '아베노믹스의 확장'이라는 두 축 위에 올려져 있다.
다카이치 내각의 경제 정책 브랜드인 '사나에노믹스'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골격을 승계하면서도 '위기관리'와 '국가적 전략 투자'를 훨씬 더 강하게 결합한 공격적 재정 확충 모델이다. 사나에노믹스가 제시하는 '3개의 화살'은 기동적·전략적 재정 출동을 통한 첨단기술, 안보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재정 투입 과 금융완화의 유연한 유지성 그리고 위기관리 투자 및 과감한 규제 개혁이다. 아베노믹스가 양적완화와 민간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사나에노믹스는 '국가 안보와 결합된 전략적 재정지출'을 핵심에 둔다. 즉, 단순히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가 직접 반도체, AI, 바이오,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미래 핵심 전략 기술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직접 주입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카이치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완전하게 공고히 할 때까지 균형예산주의(재정건전화 목표)를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일시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식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대폭 인하하려는 다카이치의 강경한 집착은 단순한 포퓰리즘이나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을 넘어선다. 그녀의 정치적 생존과 경제 사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일본 경제는 수십 년간 지속된 만성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겨우 벗어나 최근 엔저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복합적 물가 상승(체감 물가 폭등)을 겪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실질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늘려주지 않으면 다시 소비 위축과 경기 후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소비세를 직접 깎아줌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을 즉각 줄이고, 이를 소비 활성화로 연결하여 내수 중심의 선순환을 완성하겠다는 계산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식품 소비세 1% 인하 추진은 '사나에노믹스'가 현실 정치와 부딪히는 첫 번째 거대한 시험대다.1% 감세에 따른 막대한 세수 부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재원 마련책이 부재하다면, 일본의 국가 부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감세 정책이 초래할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엔저 심화)과 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야당과의 초당파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다카이치가 이 난관을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는 그녀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강한 일본을 부르짖으며 재정의 고삐를 풀고 감세에 사활을 건 다카이치 사나에. 그녀의 승부수가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에서 완전히 건져 올릴 '구원의 화살'이 될지, 아니면 대규모 재정 악화와 엔저 폭주를 초래할 '부메랑'이 될지 세계 경제가 숨을 죽이고 지목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