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부담 속 악재 연발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20% 폭락
실적 훼손 없는 기대치 조정… 핵심 지지선 수성 여부가 관건
실적 훼손 없는 기대치 조정… 핵심 지지선 수성 여부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상반기 증시 랠리를 주도한 반도체 종목들이 이달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고점 대비 20% 이상 내렸다. 주요 기업 주가도 전방위 압박을 받는다.
가치평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 기술기업 인프라 투자 방향 전환과 생산 차질 소식이 맞물린 결과다. 수익성 악화 우려와 수급 요인이 겹치며 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가치평가 부담이 불러온 부메랑
반도체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 경제매체 TNN이 지난 7월 1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개월 동안 65% 급등했다. 마이크론 시가총액은 단일 분기 실적 발표 이후 1조 달러(약 1490조 원)를 돌파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상반기에 858% 상승했다.
주가가 미래 가치를 과도하게 선반영하면서 가치평가 부담이 최고조에 달했다. 브로드컴이 발표한 3분기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160억 달러(약 23조 8400억 원)다. 이 수치는 시장 예상치인 172억 달러(약 25조 6280억 원)를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하고도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자 매도세가 분출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조정의 1차 원인은 가치평가 부담으로 분석된다. 공정 지연을 포함한 개별 악재와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 따른 수급 요인은 각각 2차, 3차 원인이다.
기술 공정 지연과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제조 공정 신뢰도와 차세대 기술 경쟁 압박은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인텔은 차세대 18A 공정의 양산 수율 확보 시점을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미뤘다. 핵심 성장 동력이 흔들리자, 인텔 주가는 7거래일 동안 21% 급락했다.
중국 인공지능 연구소 딥시크가 독자 인공지능 칩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시장에 균열을 냈다. 로이터는 지난 7일 보도에서 딥시크가 자체 칩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딥시크의 행보는 엔비디아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와 맞물려 있다. 이러한 기술 경쟁 다변화는 기존 선두 기업들의 독점 지위와 중장기 매출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인프라 내재화와 공급 조절을 향한 엇갈리는 해석
메타의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발표를 두고 시장의 해석은 두 갈래로 갈린다. 메타는 자체 연산 자원을 다루는 '메타 컴퓨팅' 부문 신설을 공개했다. 단기 관점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 전체의 수요 둔화 신호로 해석된다. 이 여파로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주가는 7월 2일 하루 만에 13%씩 폭락했다.
반면 중장기 관점에서는 거대 기술기업들의 전체 설비투자(CAPEX) 규모가 다각도로 확대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속도 조절 소식 역시 해석이 분분하다. 범용 D램으로 자원 전환 움직임을 두고 인공지능 수요 둔화의 전조라는 비관론이 존재한다. 반면 급등한 메모리 단가 압박에 대응해 공급량을 제어하려는 전략 선택이라는 낙관론도 팽팽하게 맞선다.
수급 불균형 가중으로 차익실현 물량 출회
펀더멘털 논쟁 외에 기계 유동성 요인도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를 상장하자 대규모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다. 해당 주식예탁증서 배정을 받은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거래소에서 보유 중이던 주식을 동시에 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 전반에 연쇄 매도세가 확산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 매출 171조 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인 7월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6.92% 급락했다.
깜짝 실적 발표 직후 인공지능(AI) 랠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와 수익성 의심이 겹치면서 기술주 전반의 수급 이탈이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공격보다 확인의 구간… 분할 접근이 돌파구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하락이 반도체 사이클의 종말이 아닌 기대치 조정 국면이라는 사실이다. 마이크론의 3분기 매출은 414억 6000만 달러(약 61조 7754억 원)다. 4분기 매출 전망치는 500억 달러(약 74조 5000억 원)로 기존 핵심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역시 2031년까지 전 세계 인공지능 설비 투자가 7조 6000억 달러(약 1경 132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유지한다. 실적 추정치가 꺾이지 않는 한 조정은 과열 해소 성격이 짙다. 다만 HBM 실제 수요 둔화가 지표로 확인된다면 조정은 장기화될 수 있다.
지금은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 주요 지지선을 확인하며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SOXX)는 525~540달러(약 78만 2250~80만 4600원)선의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 해당 구간은 이전 박스권 상단이자 거래량이 집중된 가격대다.
마이크론은 강력한 거래량 밀집 구간이자 심리 마지노선인 1000달러(약 149만 원) 선을 지켜내야 추세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마이크론의 5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975달러(약 145만 2750원)선도 함께 주시해야 한다. 앞으로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지표와 인공지능 설비투자 유지 여부가 계좌의 방어력을 결정할 핵심 트리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