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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미국 상장,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분수령 될까

나스닥 ADR 프로그램 개시… 엔비디아·마이크론 동반 조정 속 수급 분산 우려와 기대 교차
실적 피크아웃 우려 속 AI 수요의 전통 메모리 사이클 극복 여부가 중장기 향방 결정
빅테크 인공지능(AI) 지출 열풍을 이끌어온 반도체주 상승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 주 예정한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와 SK하이닉스 미국 정식 상장은 과열 논쟁에 휩싸인 반도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나침반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빅테크 인공지능(AI) 지출 열풍을 이끌어온 반도체주 상승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 주 예정한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와 SK하이닉스 미국 정식 상장은 과열 논쟁에 휩싸인 반도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나침반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빅테크 인공지능(AI) 지출 열풍을 이끌어온 반도체주 상승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 주 예정한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와 SK하이닉스 미국 정식 상장은 과열 논쟁에 휩싸인 반도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나침반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주식 거래가 시작되면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와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른 상승 동력 확보 기대가 맞물려 있다.

이러한 수급 공방 속에 뉴욕 증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6(현지시각) 2.17% 상승 마감하며 단기 급락 후 반등세를 보였다. 배런스(Barron's)는 같은 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행보가 인공지능 시장 수급을 측정할 핵심 기준이라고 보도했다.

나스닥 상장하는 SK하이닉스… 미국 패시브 자금 유입 유도

SK하이닉스는 오는 10(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티커명 'SKHY'로 주식예탁증서(ADR) 프로그램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약 2.5%의 지분에 해당하는 1779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총 431400억 원(2814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외국 기업의 공모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조달 자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용인 팹 건설과 핵심 장비 매입 등 시설 투자에 전액 투입된다.

이번 상장으로 그동안 미국 증시에서 HBM 투자 대안으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만 선택해야 했던 현지 기관투자자들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접근성이 크게 확대된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보다 주요 반도체 ETF나 나스닥100 관련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수동적으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과 거대 기관 자금이 초기 주가 방향을 좌우할 더 큰 변수로 꼽힌다.

신주 발행에 따른 단기적인 지분 가치 희석 우려는 존재하나, 미국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직접 유입된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는 주가가 260% 폭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1529조 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 초와 비교해 165% 오르며 아시아 기술주 상승세를 주도했다.

두 기업 시가총액 합계는 유가증권시장(KOSPI) 3위 기업과 비교해 16배를 웃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가까이 늘어난 86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깜짝 실적에도 멈칫하는 칩 랠리… 가치평가 선반영과 사이클 논쟁


문제는 최근 반도체 주가 흐름이 견고한 실적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6일 반등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지난달 말 고점과 비교면 16%가량 밀린 상태다. SK하이닉스 경쟁사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24일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오히려 7% 떨어졌다.

그동안 인공지능 기대감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인텔 역시 최근 7거래일 동안 15% 하락하며 조정을 겪고 있다.

뛰어난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실적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피크아웃' 우려와 높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선반영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HBM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작용했다. 국내 증시도 동반 조정을 겪으며 코스피가 최근 2주 동안 11% 넘게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식거래 일시중지(서킷브레이커)가 여러 번 발동되기도 했다.

과거 반도체 역사에서 대규모 설비투자(CAPEX) 확대와 상장 소식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됐다. 프리덤 캐피탈 마켓의 폴 믹스 기술조사 부문 책임자 역시 이번 행보가 고점 신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조정이 단기 리스크에 그치려면 AI 수요가 기존 메모리 사이클의 과잉투자 사태나 공급과잉 패턴을 깨고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AI 수요가 기존 메모리와 달리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국면이라면 이 공식이 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빅테크 지출 규모가 핵심 변수… 향후 관전 포인트


미국 기술주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운명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의 지출 규모에 달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이들 기업의 AI 설비투자 총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7250억 달러(1109조 원)에 이르고, 2030년에는 5조 달러(7649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앞으로 15년 동안 2조 달러(3059조 원)를 투자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하려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 증가율 추이를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구조 확정에 따른 미국 패시브 자금 유입 규모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차세대 HBM 양산 수율 안정화 속도도 핵심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하며 대비해야 한다.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강하게 유지되고 HBM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반도체주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다. 반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주가가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만약 HBM 수요 자체가 둔화하거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비관 시나리오를 맞이한다면 기술주 전반이 동반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시장은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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