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상장 CSOP ETF 130억 달러 돌파… 변동성 장세서 거래량 대거 잠식
투자 속도 조절 우려에 코스피 장중 7% 급락… 꼬리가 몸통 흔드는 역풍 경계
투자 속도 조절 우려에 코스피 장중 7% 급락… 꼬리가 몸통 흔드는 역풍 경계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증시의 가변성을 증폭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2일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 상품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기초자산인 주가를 거꾸로 뒤흔드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 설비투자 속도 조절 우려와 맞물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바뀐다면 반도체 집중도가 높은 코스피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간 리밸런싱 구조의 팽창… 장 마감 전 종가 왜곡 심화
홍콩 자산운용사 CSOP가 출시한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는 최근 130억 달러(약 20조 1800억 원)를 넘어섰다. 단일 주식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상품은 일간 수익률을 2배로 맞추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전 종가 기준으로 파생상품 포지션(델타)을 재조정하는 구조를 취한다. 문제는 이 상품의 자산 규모가 SK하이닉스의 일평균 거래량을 웃도는 수준으로 비대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큰 날에는 장 마감 전후 구간에서 이 ETF와 유사 상품들이 SK하이닉스 거래량의 3분의 2까지 차지하기도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일간 재조정에 따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종가 직전 대규모 헤지 거래에 나서면서 주가 고유의 흐름을 왜곡하고 변동성을 강제로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인공지능 과열 우려와 반도체주 동반 급락
이러한 파생상품 구조 속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 과열 의혹이 불거지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메타플랫폼스가 초과 인공지능 컴퓨팅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신호로 해석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둔화 우려로 이어졌다. 다만 실제 수요 둔화로 연결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함께 존재한다.
애플이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과 칩 구매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는 보도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7% 가까이 급락했으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도 각각 5% 이상 하락했다. 상위 두 종목이 전체 방향을 좌우하는 한국 증시 특성상 특정 우려가 시장 전체의 투매로 연결되는 취약성이 드러난 셈이다.
하락 시 기계적 매도 전환… 지수 연쇄 전이 위험
그간 이 레버리지 ETF는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추진력 역할을 맡았다. 올해 들어서만 SK하이닉스 주가 급등과 맞물려 700%가 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반전하면 매커니즘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ETF는 2배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종가 기준 주식을 기계적으로 대량 매도해야 한다.
상위 두 종목의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인 한국 증시 구조에서 홍콩 발 레버리지 ETF의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지면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낙폭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코스피 선물 시장과 다른 대형주까지 연쇄적으로 충격을 주는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반도체 쏠림이 심한 증시 환경에서 특정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유발하는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 전략팀은 글로벌 레버리지 ETF들이 지수 1% 움직임마다 유발하는 재조정 수요가 현재 90억 달러(약 13조 9700억 원)에 육박해 시장 하락 시 충격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헤지 비용 10% 돌파…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4대 지표
현재 이 거대한 파생상품 구조를 떠받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은행들이 주가 폭락 위험을 막기 위해 매수하는 경로 의존적(Path-dependent) 옵션 상품인 '클리켓' 프리미엄 비용은 연초 3% 수준에서 최근 10% 이상으로 치솟았다.
비용 부담과 리스크 한도 직면에 따라 일부 은행이 자금 공급을 줄이면서 발행 중단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 됐다.
인공지능 거품 논쟁과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가늠하기 위해 투자자가 당장 점검해야 할 지표는 네 가지다.
첫째, 메타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CAPEX) 지침 변화다. 이들의 인프라 구축 속도가 조절된다면 HBM 수요 둔화 압력은 가시화된다.
둘째, 홍콩 CSOP ETF의 일일 자금 유출입 동향이다. 순유출이 이어진다면 장 마감 전 기계적 매도세가 정기적으로 시장을 압박하게 된다.
셋째, 반도체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 지표다. 변동성 지표가 상승하면 투자은행들의 옵션 헤지 비용이 추가로 늘어나 상품 구조 자체의 균열을 깊게 만든다.
넷째,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흐름이다. 기술주에서 이탈한 글로벌 자금이 원자재나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지 주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