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E 물가·모기지 금리 상승에 전자제품 가격 인상까지 겹쳐
성장률·고용은 버텼지만 소비 부담은 더 커져
성장률·고용은 버텼지만 소비 부담은 더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경쟁이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와 컴퓨터 장비 비용이 뛰면서 전자제품 가격까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로 물가, 금리, 소비 부담이 부각됐다며 28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장보기와 주유 비용 부담이 커진 데 이어 기업들이 높아진 부품·생산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생활비 압박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 AI 수요가 전자제품 가격까지 밀어올려
기업 비용 부담은 소비자가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애플은 AI 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소비자 전자업계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부품 가격이 이처럼 빠르고 크게 오른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새 보급형 맥북 네오는 599달러(약 92만원)에서 699달러(약 108만원)로 오른다. 512GB 맥북 에어는 1099달러(약 169만원)에서 1299달러(약 200만원)로, 1TB 맥북 프로는 1699달러(약 262만원)에서 1999달러(약 308만원)로 인상된다.
아이패드 가격도 오른다. 128GB 아이패드 에어는 599달러(약 92만원)에서 749달러(약 115만원)로, 256GB 아이패드 프로 와이파이 모델은 999달러(약 154만원)에서 1199달러(약 185만원)로 높아진다.
AI 투자 경쟁이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시장을 넘어 일반 전자제품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PCE 물가 4.1% 상승…연준 목표 웃돌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4월과 같은 상승폭을 기록했고, 3월의 0.7%보다는 낮아졌다.
PCE 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 판단 때 선호하는 물가 지표다.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번 물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와 컴퓨터 장비 가격 상승도 물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꼽혔다.
물가 압력은 정치적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생활비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분기 성장률은 2.1%로 상향
물가 부담에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최종치를 연율 2.1%로 발표했다. 앞서 제시한 1.6%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는 지난해 4분기 0.5% 성장에서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말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이 경제에 부담을 줬지만 올해 초에는 기업 투자가 성장을 떠받쳤다.
특히 AI 관련 투자 붐이 기업 투자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 크게 약해졌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장률 수치만 보면 미국 경제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물가와 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란 지적이다.
◇ 30년 모기지 금리 6.49%로 상승
주택 시장의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이번 주 6.49%로 전주의 6.47%보다 올랐다. 1년 전 평균 금리는 6.77%였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최근 6주 동안 6.5%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구매자가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나 구매력이 약해진다.
1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전주 5.81%에서 5.84%로 상승했다. 1년 전에는 5.89%였다. 고금리 장기화는 주택 구매뿐 아니라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는 차주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 고용은 버티고 증시는 AI주 부담
고용 지표는 여전히 견조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로 끝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2000건 줄어든 21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 22만5000건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 기업의 해고 흐름을 보여주는 비교적 실시간 지표로 여겨진다. 물가와 금리 부담에도 노동시장은 아직 급격히 악화하지 않은 셈이다.
뉴욕증시는 한 주 마지막 거래일에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시장 불안이 일부 완화됐다. 다만 AI 관련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최근 13주 가운데 두 번째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는 겉으로는 성장과 고용이 버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전자제품 가격 인상, 주택대출 금리 부담, 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가계가 체감하는 경제 여건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에너지 충격에 그칠지, AI 투자와 서비스 비용 상승까지 맞물린 더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