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립’ 집착이 촉발한 디플레이션 함정과 무차별 밀어내기 수출의 역설
정부 보조금 축소와 수출 증치세 폐지 칼 빼든 中… 자국 대기업도 적자 누적
유럽·美 50% 관세 빗장 속 갈 곳 잃은 물량 亞 역류… 韓 철강·배터리 공동 대응 시급
정부 보조금 축소와 수출 증치세 폐지 칼 빼든 中… 자국 대기업도 적자 누적
유럽·美 50% 관세 빗장 속 갈 곳 잃은 물량 亞 역류… 韓 철강·배터리 공동 대응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닛케이 아시아 등 외신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해 온 ‘산업 자립’과 ‘제조업 중심 성장’ 노선이 국내 소비 냉각과 맞물리면서 전통 가치사슬인 철강은 물론 전기차·태양광·배터리로 대변되는 신흥 3대 수출 성장 동력 전반에 치명적인 과잉 공급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무한 증설을 단행한 기업들이 내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덤핑 수출에 사활을 걸면서, 글로벌 자본 시장과 국가별 제조 생태계는 심각한 왜곡 현상을 겪고 있다.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들고 있는 중국발 공급 과잉의 실태와 문제점, 국제경제 파장 및 다각적 대처방안을 심층 분석한다.
① 분야별 과잉 공급 실태 및 향후 전망
[태양광] 전 세계 수요의 2배 초과… ‘증치세 환급 폐지’에 초강수
중국 태양광 산업은 무분별한 설비 확장과 출혈성 치킨게임의 직격탄을 맞아 가혹한 구조조정 한파를 겪고 있다. 현재 중국 상위 5개 패널 제조사의 연간 생산 용량만 약 500기가와트(GW)에 달하며, 업계 전체의 연간 생산 능력은 무려 1,000GW에 육박한다. 이는 전 세계 연간 총 설치 수요(500GW~700GW)의 1.5배에서 2배를 웃도는 과도한 수치다.
수요를 초과한 물량이 쏟아지자 글로벌 패널 가격은 2021년 고점 대비 약 60% 급락했고,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2022년 최고치 대비 85% 폭락했다. 이로 인해 세계 1위 진코 솔라(Jinko Solar)가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하는 등 5대 거두들이 일제히 총 70억 위안(1조 5,5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국 내 신규 설치량마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반토막 나자, 중국 당국은 과당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4월 1일을 기해 태양광 제품에 대한 9%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전면 폐지하며 사실상 보조금을 중단했다.
[배터리] 2030년 캐파 6,720GWh 도달… LFP 98% 지리적 독점의 족쇄
배터리 부문은 단기적 조정을 넘어 장기간 글로벌 가격 하한선을 재편하는 ‘구조적 과잉 용량’ 단계에 진입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중국의 배터리 셀 제조 용량은 최대 6,720GWh에 달할 전망이다.
동기간 전 세계 수요 전망치인 4,000GWh~5,100GWh를 가볍게 압도하는 규모로, 중국의 초과 분량만으로 지구상의 다른 모든 지역의 설치 용량을 합친 것보다 거대해진다.
특히 전기차와 전력망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인산철리튬(LFP) 배터리는 전 세계 생산 능력의 98%가 중국 본토에 밀집해 있어 사실상 단일 국가 의존 사업으로 굳어졌다. 이 같은 압도적 수직 계열화를 무기 삼아 중국산 배터리는 글로벌 가격 하한선을 kWh당 약 84달러 선으로 묶어버렸다.
비상이 걸린 중국 당국은 배터리 수출 증치세 환급률을 기존 9%에서 6%로 낮췄으며, 오는 2027년 1월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확정해 한계 기업들의 강제 퇴출과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철강 및 전기차] 7억 2,000만t 과잉의 진원지와 100여 개사 내권(內卷) 유동성
전통 기축 산업인 철강의 과잉 공급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집계 기준 올해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 규모는 7억 2,000만t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며, 이 과잉 물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발 공급 과잉 장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는 100개가 넘게 난립하며 치열한 내부 경쟁(내권)을 벌이고 있으나, 실제 수익을 내는 딜러는 30%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도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인위적 금융 개입이 오히려 시장 원리에 따른 정상적인 정리를 방해하며 불황을 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② 중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 고사 직전의 내수
중국 경제 내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외형 성장과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함정’이다. 지난해 중국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2,000억 달러(약 1,800조 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으나, 정작 광범위한 물가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지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전형적인 공급 과잉과 소비 위축이 초래한 결과다.
중국 가계가 소비 대신 저축에만 매달리는 근본 배경에는 미흡한 사회보장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가정은 평균 소득의 약 3분의 1을 저축으로 묶어두고 있으며,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지출은 GDP 대비 40%에 불과해 세계 평균(55%)이나 미국(68%)에 크게 못 미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붕괴로 중산층의 자산 가치가 최대 40%가량 폭락하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자 생산자는 재고를 털기 위해 가격 인하 덤핑에 나서고, 이는 기업 이익 감소와 임금 동결·해고로 이어져 다시 근로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고착화되었다.
실제로 중국 본토 상장사 5,000곳을 조사한 지수에 따르면, 기업 이익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미지 확대보기③ 국제 경제 파장: 서방의 보호무역 봉쇄와 아시아 역류 비상
중국이 자국 내 불황의 돌파구로 글로벌 시장에 저가 물량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세계 무역 질서는 격렬한 보복 관세 포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입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올리고 무관세 쿼터를 47% 삭감하는 역대 최강의 방어막을 전격 가동했다.
수입업자에게 철강이 실제로 생산된 원산지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용융·주조(melt and pour)' 원칙을 도입해 튀르키예나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중국산의 우회 원산지 세탁 경로도 원천 봉쇄했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 EU가 관세 장벽으로 문을 걸어 잠그면서, 갈 곳을 잃은 중국산 저가 물량이 아시아 시장으로 급격히 역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주요 철강 수출 대상국 중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620만t)을 받아내고 있는 한국시장의 경우, 중국발 물량 유입 가속화에 따른 유통 가격 하방 압력과 국내 제조업 생태계 교란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 역시 가격 디플레이션 엔진이 가동되면서 고성능 삼원계(NMC)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아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장부와 장기 마진 방어선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비중국 시장의 배터리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국내 기업들의 신규 제조 설비 투자에 대한 경제적 명분을 약화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④ 글로벌 경제 영토를 사수하기 위한 다각적 대처방안
중국의 구조적 과잉 생산 수율을 단기간 내에 전면 차단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며, 무리한 분리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일정 자체를 지연시키는 역설을 낳는다. 이에 따라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선진 경제권과 국내 산업계는 일괄적 단절 대신 ‘선택적 협력과 기술적 도약’의 체계적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한다.
중국이 독점한 LFP 기판 공정을 우회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인 실리콘 음극재, 리튬메탈 배터리,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 등의 상업화 주기를 앞당겨 화학적 대체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품질, 납기, 고객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로 시장 본연의 경쟁 구도를 복원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 및 AI 기반 공정 최적화 기술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중국 생산자와의 근본적인 제조 원가 격차를 폐기해야 한다. 보조금이 축소되는 중국산 제품의 원가 상승 타이밍에 맞춰 상대적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전술도 필요하다.
철강의 우회 수출을 막는 EU식 규제를 배터리 원자재(흑연, 전구체)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고, 미국·EU와의 조화로운 인센티브 프레임워크를 조율해 중국 외 다각화된 공급망 파트너십을 사수할 필요가 있다.
중국발 가격 왜곡이 세계 경제의 숨통을 죄는 상황 속에서, 자국 시장의 산업 경쟁력과 제조 주권을 사수하고 차세대 하드웨어 생태계의 마더팩토리 역량을 본국 안방에 묶어두려는 글로벌 테크 진영의 산업 정책 조율은 하반기 세계 매크로 경제의 향방을 가를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