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월간 흑자, 2023년 이후 처음…가동률·수율 개선 겹쳐
HBM 사이클 꺾이면 되돌아갈 구조…3나노·2나노 고객 확보가 관건
HBM 사이클 꺾이면 되돌아갈 구조…3나노·2나노 고객 확보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지난 6월 월간 기준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샘모바일과 새미팬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이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손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회사의 공식 확인은 없다.
일회성 정산이 아니라 가동률과 수율 개선이 함께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은 파운드리·시스템LSI 합산 영업손실을 2023년 약 2조5000억원, 2024년 5조3000억원, 2025년 6조원 안팎으로 추정해 왔다.
왜 지금인가
2026년 2월 12일 삼성전자는 12단 HBM4 세계 최초 양산과 상업 출하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손익이 뒤집혔다.
시차가 있었다. 4~5월에는 물량을 늘리는 초기 비용과 공정을 안정시키는 부담이 남아 있었다. 6월에 베이스다이 물량 증가와 수율 개선이 함께 반영되며 월간 손익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식 공시는 없으나, 이번 깜짝 흑자를 견인한 핵심 동력은 외부 빅테크 수주가 아닌 내부 메모리 물량으로 파악된다.
내부 물량이 먼저 흑자를 만든 이유
파운드리는 고정비 사업이다. 장비 감가상각비와 인건비가 먼저 나간다. 라인이 비면 손실이 커진다. 반대로 같은 공정에서 물량이 반복되면 웨이퍼 한 장당 고정비가 줄어든다.
HBM 베이스다이는 이 구조에 잘 맞는다. 같은 설계를 반복해서 만든다. 수율이 한 번 안정되면 비용이 빠르게 떨어진다. 외부 팹리스 고객은 다르다. 여러 품목을 조금씩 만든다. 설계가 자주 바뀌고 라인을 다시 맞추는 비용이 든다.
수율도 안정 가도에 접어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이 완성도 단계에 진입하면서, 모바일 SoC와 HBM 베이스다이 등을 생산하는 4나노 라인의 전반적인 수율을 80% 안팎으로 본다. 회사가 공식 확인한 수치는 아니며 제품과 설계의 복잡도에 따라 편차는 존재한다. 같은 웨이퍼에서 정상 칩이 늘면 팔 수 있는 제품이 늘고 폐기·재작업 비용은 줄어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 4나노 라인이 이미 완전 가동 상태이며, 베이스다이 매출이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봤다. 이 라인은 투자를 이미 소화해 감가상각 부담이 가볍다.
HBM4, 1c D램과 4나노 베이스다이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당시 발표 자료에서 "삼성 HBM4는 기존 검증된 공정에 의존하던 전례를 넘어 1c D램과 파운드리 4나노 같은 첨단 기술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성능은 규격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발표 기준 HBM4는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에서 핀당 11.7Gbps를 냈다. JEDEC 표준은 8Gbps다. 최대 13Gbps까지 늘릴 수 있다. 12단 기준 용량은 24~36GB다. 회사는 2026년 HBM 매출이 전년보다 3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수직계열화의 양면
SK하이닉스는 HBM4 세대부터 베이스다이를 TSMC에 맡긴다. 자체 로직 파운드리가 없는 조건에서 나온 선택이다. 베이스다이 수율 위험을 외부로 넘긴다. 대신 로직 제조 마진도 함께 넘어간다.
삼성전자는 같은 부품을 안에서 만든다. 메모리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베이스다이를 만들고, 첨단 패키징까지 이어진다. 부가가치가 회사 안에 남는다. HBM이 많이 팔릴수록 파운드리 물량도 늘어난다.
위험도 같은 자리에 있다. 첫째, 외부 고객 확대가 늦어지면 성장이 막힌다. 내부 물량은 외부 수주와 성격이 다르다. 시장이 인정하는 경쟁력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 둘째, HBM 사이클이 꺾이면 가동률이 흔들린다. 고정비 레버리지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셋째, 베이스다이 수율에 문제가 생기면 메모리사업부 출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위험이 두 사업부에 걸린다.
넷째, 파운드리 실력은 결국 외부 팹리스 수주로 증명된다.
여기에 종합반도체기업(IDM)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도 남는다. 파운드리 고객사가 설계 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IDM 업체를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은 업계에서 오래 제기돼 왔다. 자체 HBM 물량으로 가동률을 방어하는 사이, 사업부 간 정보 차단(차이니즈 월) 체계와 파운드리 독립성을 시장에 명확히 증명하는 일이 수직계열화 견제 심리를 기회로 바꾸는 진짜 과제다.
16단 HBM4, 로드맵은 있으나 수요가 늦다
삼성전자는 16단 적층으로 최대 48GB까지 라인업을 넓힌다는 계획을 2월 발표에 담았다. SK하이닉스는 CES 2026에서 48GB 16단 HBM4를 공개하고 2026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흐름은 신중하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7일 두 회사가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시점을 다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BM4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기술이지만, 16단 제품에 대한 고객사의 수요 지연 등을 고려해 두 회사 모두 기존 본딩 방식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 TC-NCF를, SK하이닉스는 고유의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는 흐름이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가장 이른 채택 시점을 16단 HBM4E 이후로 본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사와의 16단 논의가 아직 제한적이며, 12단 HBM4E가 주력으로 남을 전망이다.
대안 기술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히트패스블록(HPB), SK하이닉스는 iHBM을 HBM5용으로 시험 중이다. 삼성전자는 3월 GTC 2026에서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을 전시했다. 16단 이상을 가능하게 하고 TC 본딩보다 열저항을 20% 이상 낮춘다고 설명했다.
경쟁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단수가 아니라 열과 전력, 수율의 균형이다.
HBM4E, 삼성이 먼저 샘플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9일 12단 HBM4E 샘플을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HBM4 양산 석 달 만이다. 회사 자료 기준 핀당 14Gbps, 최대 16Gbps다. 스택당 대역폭은 3.6TB/s, 용량은 48GB다. HBM4보다 속도는 20% 이상, 용량은 30% 이상 늘었다. 에너지 효율은 16%, 열저항은 14% 이상 개선됐다. 32GB(8단)와 64GB(16단)로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6월 18일 12단 HBM4E 샘플을 냈다. 4월 실적발표에서 밝힌 하반기 계획을 앞당겼다. 48GB, 최대 16Gbps다. 전력효율은 20% 이상, 열 성능은 17% 개선됐다. 1c D램을 처음 적용하고 어드밴스드 MR-MUF 패키징을 썼다.
격차는 남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2026년 1분기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21%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용 2026년 HBM4 물량의 3분의 2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샘플을 먼저 낸다고 수주가 따라오지는 않는다.
실적을 가를 세 개의 트리거
첫째, 고정비 레버리지 구간에 계속 머무느냐다. 가동률 숫자 자체가 아니다. 4나노 라인이 손익분기 위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가 핵심이다. 6월 흑자가 반복 물량과 수율에서 나온 것이라면 3분기 흑자로 이어진다. 반대로 미국 테일러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새 감가상각이 얹힌다.
둘째, HBM4E 고객 검증 통과 이후의 단가와 장기 계약이다. 엔비디아와 AMD, 하이퍼스케일러의 검증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그 결과가 물량과 단가를 가른다. 샘플이 아니라 계약서가 지표다.
셋째, 3나노와 2나노에서 외부 고객을 잡느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22조 7648억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상대는 테슬라로 확인됐다. 다만 AI5는 테일러 공장과 TSMC 애리조나 공장이 나눠 만든다. 삼성 단독 물량은 AI6이고 양산은 2027년이다. 매출 반영에 시간이 걸린다. 베이스다이를 뺀 선단공정 수주가 늘어야 한다.
시장은 어떻게 보나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자사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가동률 회복에 따른 본질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시장 기대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익 체력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15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원으로 올렸다. 동시에 2027년 연간 흑자 달성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 테일러 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6월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 전환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기준으로 2028년 실현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에 알려진 삼성 파운드리의 6월 한 달 기준 흑자 전환 성공이 사실이라면 이 전망보다 빠르다.
적자 탈출과 TSMC 추격은 다른 문제다. 흑자 전환은 출발선에 가깝다.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수율을 꾸준히 증명하는 것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음 과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