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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 가격 폭등… 미, AI發 3차 인플레 본격화

빅테크 5사 1100조원 쏟아붓는데 공급은 2028년까지 한계… 스마트폰·전기요금도 직격
연준 선호 물가 4.1% 고공행진… UBS“AI 디스인플레 효과 최소 2년 더 기다려야”
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건설 열풍이 새로운 물가 상승 엔진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엔 AI가 스마트폰부터 전기요금까지 소비자 생활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각) 이 같은 구조적 변화를 상세히 분석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을 주요 고객사로 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도 이 변화의 파장을 정면으로 받아보게 됐다.

741조 달러 뭉칫돈, 물가를 흔들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올해 설비투자 합계는 팩트셋 집계 기준 7410억 달러(약 114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75%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과 스테인 반 니우웨르버그 교수는 WSJ에 "AI 건설은 놀라울 정도로 물리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개된 개발 계획을 근거로 2032년까지 AI 인프라 누적 투자 규모가 약 8조 달러(약 1경 23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시 전체 부동산 시장 가치의 다섯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돈이 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파급 효과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컴퓨터 소프트웨어·주변기기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15% 올랐다. 도매 전자부품 물가는 같은 기간 27% 급등했다.

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소니는 이미 게임기 가격을 올렸고,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WSJ 인터뷰에서 비용 급등이 "40여 년 경력에서 어느 분야에서도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 폭등세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55~60%에서 90~95%로 대폭 수정했다.

낸드플래시도 33~38% 상승 예측에서 55~60%로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두고 반도체 산업이 '칩 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했다고 규정했다. 64GB RDIMM 서버 모듈 계약가격은 지난해 4분기 450달러에서 올해 1분기 900달러를 넘어섰고, 2분기에는 1000달러 돌파가 점쳐진다.

전 세계 메모리 생산량의 최대 70%를 AI 데이터센터가 흡수하면서, 스마트폰·PC·자동차·산업용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나머지 30%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지테시 우브라니 리서치 매니저는 올해 말까지 PC·태블릿·스마트폰 가격이 10~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요금까지 번진 AI 파고…인플레 완화 시점은 '2년 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전력 수요도 가계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해와 내년 각각 약 6% 오를 수 있다. 현재 미국 가계 소비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인건비 상승도 뒤따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수적인 전기·배선 설치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 4월 기준 1년 전보다 6.5% 올라, 민간 전체 평균(3.6%)을 크게 웃돌았다.

AI발 물가 압력이 관세나 유가 충격과 다른 점은 지속성에 있다. 에버코어 ISI 전략가들은 관세와 유가는 일회성 충격인 반면, AI 수요 충격은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리사 쿡 이사도 지난달 연설에서 "발표된 데이터센터 투자의 극히 일부만 실제로 집행됐다"고 언급해, 수요 파고가 이제 시작에 불과함을 시사했다.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조사에서도 응답 이코노미스트의 81%가 AI 건설이 향후 1년간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 NABE 회장은 "대형 기술 혁명의 초기 단계에는 항상 제한된 자원에 대한 압박이 발생하고, 이것이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I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날은 언제 올까. 연준 의장에 취임한 케빈 워시는 전에 WSJ 기고를 통해 "AI는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UBS 이코노미스트들은 AI가 실제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공급 부족의 경우, 새 팹 건설에 18~24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새 생산 능력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점은 2028년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욘 스테인손 교수는 WSJ에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이건 패턴이구나, 물가가 다시 내려가리라 기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곧 발표할 연준 선호 물가지표(PCE)는 지난 5월 기준 전년 대비 4.1%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는 5년 넘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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