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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유럽 기술 투자자로 변신 선언

푸케 CEO, 파이낸셜타임스에 "자본 배치 확대가 회사·유럽 모두에 이익"
미스트랄 AI 지분 11% 확보 이어 공급망 밖 스타트업까지 투자 반경 넓혀
EU 반도체 전략 2.0 추진 속 민간 주도 생태계 구축 경쟁 본격화
ASML 크리스토프 푸케 CEO.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ASML 크리스토프 푸케 CEO. 사진=연합뉴스.
유럽 반도체 장비 최강자 ASML이 전통적인 공급망 안팎을 가리지 않고 유럽 기술 생태계 전반에 자본을 투입하는 '전략적 투자자'로 전환을 선언했다.
영국 반도체 전문 매체 비츠앤칩스(Bits&Chips)는 지난 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벨트호번에 본사를 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최고경영자(CEO)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더 많은 자본을 배치하는 것이 회사는 물론 사람들과 유럽 전체에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반도체 주권을 강화하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새 반도체 전략 수립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재무적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닌, 미국·중국에 맞서는 유럽 기술 자립 구도에서 ASML이 앞장서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는 분위기다.
미스트랄 AI 지분 11% 취득… 공급망 밖으로 투자 영역 확대

ASML은 그동안 EUV(극자외선) 광원 제조업체 사이머(Cymer) 인수, 계측 전문 기업 HMI와 광학 기업 자이스(Zeiss) 지분 매입 등 자사 공급망 강화 목적의 투자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ASML은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의 시리즈C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13억 유로(약 2조 원)를 투입해 지분 약 11%를 확보했다. 이 라운드 전체 조달 규모는 17억 유로(약 2조 9925억 원)였으며, 미스트랄 AI의 기업가치는 117억 유로(약 20조 원)로 책정됐다.

미스트랄 AI의 아르튀르 멩슈(Arthur Mensch) CEO는 당시 "두 기업의 협력은 미스트랄의 AI 전문성과 ASML의 뛰어난 산업 리더십을 결합하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AI 가치 사슬 전반의 기술 진보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케 CEO 또한 "이번 협력은 AI를 활용한 혁신적 제품과 솔루션을 통해 ASML 고객들에게 명확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ASML은 딥테크엑스엘(DeeptechXL) 펀드 출자를 통해 유럽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간접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푸케 CEO는 이번 FT 인터뷰에서 이 같은 투자 활동을 앞으로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U 칩스법 2.0 추진 속 "공급망 직접 통제는 안 된다"

ASML의 투자 확대 선언은 EU 집행위원회가 칩 부족 사태 때 공급망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비상 권한을 포함한 새 반도체 전략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
EU 집행위는 지난 3일(현지시각)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기술 주권 패키지'를 공개했다. 이 패키지는 반도체법 2.0(Chips Act 2.0)과 클라우드·AI 개발법(CADA), 오픈소스 전략을 축으로 한다.

푸케 CEO는 집행위의 수요 중심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유럽은 반도체 가치 사슬의 많은 영역에서 국내 생산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정책 당국이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려는 시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관료주의와 과잉 복잡화의 위험을 피해야 하며, 민간 부문의 전문성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는 방향, 즉 인허가 속도 개선, 자금 조달 접근성 확대, 규제 부담 완화 등을 정책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업 스스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럽 반도체 업계에서는 ASML이 이번 입장 표명을 계기로 단순 장비 공급자를 넘어 유럽 기술 생태계의 자본·전략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ASML은 지난해 4분기에만 132억 유로(약 23조 2230억 원)의 기록적인 수주를 기록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첨단 EUV 장비 주문이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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