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 침묵… 미국산 원유 배제하고 독자 비축령 가동
러시아·이란 등 제재국 원유 수입 20% 상회… '진주 목걸이'·'일대일로'로 해상 조르기 방어
IEA 비축유 공동 방출 거부하며 '중국 우선주의' 고수… 전기차 전환 가속으로 석유 탈피 추구
러시아·이란 등 제재국 원유 수입 20% 상회… '진주 목걸이'·'일대일로'로 해상 조르기 방어
IEA 비축유 공동 방출 거부하며 '중국 우선주의' 고수… 전기차 전환 가속으로 석유 탈피 추구
이미지 확대보기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세계 석유 무역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합의나 공동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원유를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중동발 에너지 쇼크를 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중국의 고도화된 안보 셈법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위기 속 비축유 대문 걸어 잠근 중국… 165일 버틸 '안보 해자' 가동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자,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경쟁국들은 미국산 대체 원유 확보와 국가 비축유 방출에 사활을 걸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3월 국내 석유 업계에 "당분간 국가 석유 비축분을 단 한 방울도 풀지 말라"는 정반대의 비축령을 하달했다. 동시에 휘발유, 디젤, 제트 연료 등 자국산 정제 유제품의 해외수출을 전면 중단하며 물량을 내수 시장으로 강제 전환했다.
중국이 이 같은 배수의 진을 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강한 정제 능력과 축적된 비축량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기준 하루 426만 배럴의 원유를 직접 생산하고 하루 118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출하는 세계 7위의 석유 생산·수출국이다.
이 물량은 중국 일일 석유 수요의 3분의 1을 충당한다. 일본금속에너지안보기구(JOGMEC)는 현재 중국이 약 70일분의 소비량에 해당하는 순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자체 원유 생산량까지 결합하면 서방의 전면 봉쇄 속에서도 무려 165일 동안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공급선 다각화 측면에서도 치밀하게 움직였다. 중국 관세총국 통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위기 이후인 4월, 중국의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수입은 2월 대비 80% 급감했으나,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캐나다산 수입은 42%, 브라질산 수입은 25%나 깜짝 급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국영 아람코의 현지 정유 단지 건설 공조를 고리로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 수송선에서 중국에 우선권을 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의 ‘제재’ 비웃는 꼼수 수입… "우회로 파고, 제재국 원유 20% 장악"
중국 석유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통상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이른바 '불량 국가'들의 원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콜롬비아 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수석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제재 대상국으로부터 사들인 공인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260만 배럴로, 국가 전체 원유 수입의 20%를 넘어섰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경우, 국제 해상에서 선박 간에 기름을 옮겨 싣는 '블라인드 환적' 꼼수를 통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산 원유로 원산지를 위장해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장 물량까지 음성적으로 합산하면 중국의 실질적인 중동 석유 의존도는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해군의 조르기 방어… '진주 목걸이'와 '미얀마 파이프라인'의 본질
JOGMEC의 미카 다케하라 연구원은 "동맹국인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 해군이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 등 해상 항로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하지만, 중국에 미국의 해상 통제권은 언제든 목을 쥘 수 있는 ‘잠재적 조르기(Chokehold)’ 위험일 뿐"이라고 명쾌히 진단했다.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을 앞세워 인도양 전역에 상업 및 군사 항구를 연결하는 일명 '진주 목걸이' 전략에 사활을 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를 확보한 데 이어, 미얀마 서부 캬크퓨 항구에서 중국 윈난성까지 이어지는 870km 규모의 원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완공해 미국 해군이 장악한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중동 원유를 직수입할 수 있는 독자적 혈맥을 뚫었다.
이에 더해 태국 말레이 반도의 동서축을 육로로 잇는 '육교(Landbridge)' 프로젝트와 운하 건설 계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남중국해 대부분에 자의적인 '구단선'을 그어 군사 기지화를 밀어붙이는 행위 역시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부터 자국의 에너지 수송선을 방어하려는 거대한 포석의 일부다.
서방 주도 국제 공조(IEA) 전격 거부… ‘과잉 생산’ 전기차로 석유 탈피 촉매
이 같은 철저한 '중국 우선주의' 안보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 거부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호르무즈 위기 발발 직후 IEA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안정을 위해 회원국 비축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석유 통합 유출을 단행했다.
그러나 중국은 IEA 준회원국이자 서방 진영 전체 합산 비축량보다 많은 실탄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방출 공조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전 IEA 사무총장 다나카 노부오는 과거 중국을 정회원으로 영입하려던 배후 노력이 실패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중국은 서방 기구의 노하우와 정보에는 접근하고 싶어 했지만, 순수입량 90일분의 매장 의무 조항이나 비축유 방출 시 기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합의 규칙을 자국 주권 침해이자 심각한 부담으로 여겨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미국 원유를 수입 다각화의 후보군이 아닌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취급하는 베이징 당국은 대외적으로 미국산 조달을 거부하는 대신, 대내적으로 도로 위 교통 생태계를 전기로 완전히 바꾸는 전철화(Electrification)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고속 성장은 석유 수입 의존도(70%)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우기 위한 생존 전략의 결과물이다.
전 세계 통상 전문가는 "중국의 이 같은 자급자족형 안보 정책이 배터리 및 전기차 분야의 극심한 현지 과잉 생산 능력을 낳았고, 이는 다시 서방 진영이 덤핑이라 규정하는 공격적인 해외 수출 운동으로 번지며 또 다른 무역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며, 에너지 독립을 향한 중국의 독자 행보가 세계 경제 질서를 끊임없이 재편하는 거대한 메가톤급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