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넘어 현실 세계로…연산·로봇·데이터 생태계 연결
현대차·LG·두산·네이버 등 피지컬 AI 접점 확대
현대차·LG·두산·네이버 등 피지컬 AI 접점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로봇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다음 단계는 AI가 실제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로봇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게임·플랫폼 업계 관계자 등을 잇달아 접촉하며 한국 내 피지컬 AI 협력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만났고, 이날에는 두산 베어스 홈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오는 8일에는 LG트윈타워와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네이버 1784 사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AI 반도체 협력 행보를 넘어선다. 피지컬 AI가 구현되려면 연산을 담당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실제로 움직일 로봇 하드웨어, 이를 훈련시킬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환경, 산업 현장에서 검증할 실증 무대가 함께 필요하다.
로봇은 이 흐름의 최종 구현체다.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 물류 로봇, 가정용 로봇,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는 모두 AI가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AI가 문장을 쓰고 이미지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공간을 이해하고 사물을 다루려면 로봇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된다.
가장 큰 축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과 모빌리티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물류 로봇 기술은 제조 현장과 물류, 시설 관리, 위험 작업 대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과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은 자동차 밖으로 이동하는 모빌리티 전략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은 협동로봇을 통해 피지컬 AI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축이다. 황 CEO가 7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시구에 나서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를 맡는 일정은 두산로보틱스와 엔비디아의 접점에 대한 관측을 키우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앞세워 제조와 물류, 서비스 현장 자동화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LG그룹도 생활 공간과 상업 공간에서 피지컬 AI의 활용처를 넓힐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황 CEO와 직접 만났고, 8일 LG트윈타워 방문 일정도 거론되면서 AI 인프라와 로봇, 모빌리티 분야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클로이 로봇과 가전, 스마트홈, 전장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로봇이 생활형 AI 기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접점을 넓힐 수 있다.
네이버와 게임업계는 로봇을 움직이게 할 데이터와 가상 검증 환경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제2사옥 1784에서 여러 대의 로봇을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해 왔다. 게임업계가 보유한 3D 그래픽, 물리엔진, 가상공간 구현 기술도 로봇 학습과 검증에 활용될 수 있다. 로봇은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 전 가상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HBM과 AI 인프라를 통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뒷받침한다. 로봇이 고도화될수록 AI 연산과 데이터 처리 수요는 커진다. 황 CEO가 5일 회동에서 HBM을 언급하며 한국 메모리 공급망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와 한화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도 국내 로봇 생태계의 확장 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센서, 가전, 온디바이스 AI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무인운반차, 산업용 로봇 기술을 앞세워 제조·서비스 현장의 자동화 수요와 맞물릴 수 있다.
로봇은 더 이상 특정 기업의 단일 제품군이 아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두뇌를 만들고, 로봇과 모빌리티는 몸을 제공하며, 게임과 디지털트윈은 학습장을 만든다. 제조와 생활 공간은 검증 무대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반도체만으로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 로봇 하드웨어, 시뮬레이션 데이터, 현장 적용 경험이 결합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제조와 모빌리티, 가전, 로봇, 플랫폼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어 로봇이 AI의 다음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주요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