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로 칸나 “삼성·SK 지원 흔들어 가격 상승 자극”…애플 CXMT 조달도 쟁점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반도체 보조금 정책이 메모리 칩 부족과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상승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 중진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지원을 흔들어 메모리 공급 부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 칸나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이날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문제 삼았다.
칸나 의원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미국 생산시설 확장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진전을 훼손했고, 최근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상승의 토대를 깔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삼성·SK 칩스법 지원 지연 의혹
FT에 따르면 쟁점은 칩스법 보조금이다.
지난 2022년 제정된 미국 칩스와 과학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490억달러(약 71조7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마련했다. 보조금은 사업 진행 단계와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되도록 설계됐다.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모두 제조 보조금 승인을 받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강하게 비판해왔고 러트닉 장관도 지난해 일부 보조금이 지나치게 후하다고 보이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칸나 의원은 서한에서 어떤 자금 지원 합의가 지연되거나 보류될 수 있는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 애플, CXMT 조달 승인 요구
메모리 부족은 애플의 중국산 칩 조달 문제와도 연결됐다.
FT에 따르면 애플은 AI 붐에 따른 글로벌 메모리 수요 급증 속에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로부터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허가를 요청하는 로비를 벌여왔다.
미국 국방부는 CXMT를 중국군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 명단에 올렸다. CXMT는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미국 기업의 구매가 법적으로 곧바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부담은 크게 커진다.
칸나 의원은 미국이나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소비자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CXMT 같은 중국 메모리 기업으로 공급처를 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것은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공화당도 애플 움직임에 우려
FT에 따르면 애플의 CXMT 조달 검토는 민주당만의 우려가 아니다.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도 최근 러트닉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과 다른 미국 기업들이 CXMT에서 메모리 칩을 사려는 움직임에 경악했다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정치권의 우려는 두 갈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에서는 메모리 부족을 완화하지 못하면 애플과 델, HP 같은 소비자 전자제품 기업의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해결책이 중국 메모리 업체 조달로 이어질 경우 안보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애플은 지난달 메모리 칩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약 20% 인상했다. 델과 HP도 올해 초 가격을 올렸다. AI 인프라 구축 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칩 가격이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 한국 메모리 기업도 압박
메모리 공급 부족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한국 내 제조능력을 크게 늘리기 위한 6000억달러(약 877조9000억원) 규모 계획을 공개했다. 마이크론도 향후 10년 동안 미국 투자 계획을 2500억달러(약 365조8000억원)로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늦추거나 조건을 바꾸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동시에 공급 부족이 길어질수록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은 CXMT를 포함한 대체 공급처 확보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CXMT는 중국의 대표 메모리 기업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기업공개를 준비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CXMT를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경쟁자가 아니라 중국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