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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캔이 드러낸 트럼프 관세의 역설

빈 캔 가격 80% 상승…주석도금강판 공장은 12곳서 3곳으로
미 제조업 보호 내세웠지만 수입 의존·식품업계 부담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도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가 8년 만에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산 빈 통조림 캔 가격은 지난 2018년 이후 약 80% 올랐고 캔에 담긴 과일과 채소의 소비자가격도 약 50% 상승한 반면에 캔의 원료인 주석도금강판을 생산하는 미국 공장은 12곳에서 3곳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통조림 캔 산업의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초래한 비용 상승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0.6센트라던 관세 부담, 빈 캔 가격 80% 올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018년 3월 2일 윌버 로스 당시 상무부 장관은 CNBC 방송에 출연해 캠벨 치킨누들 수프 통조림을 들고나왔다.

로스 전 장관은 당시 1.99달러(약 2900원)에 산 통조림에 들어간 철강의 가치는 2.6센트(약 38원)에 불과하다며 25% 관세가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0.6센트(약 9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철강 관세가 수만개의 일자리와 대규모 투자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백악관에 복귀한 후 철강 관세를 50%로 높이면서 미국 캔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졌다.

통조림 캔은 얇은 철강판에 주석을 입힌 주석도금강판으로 만든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주석도금강판 생산을 축소하면서 캔 업체들은 관세가 붙은 수입산 원료에 더 의존하게 됐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간 10억개에 가까운 캔을 생산하는 캔코퍼레이션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제품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올렸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미국산 빈 캔 가격은 2018년 3월 이후 약 80%, 캔 과일과 채소 가격은 약 50%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로스 전 장관이 방송에서 들어 보였던 캠벨 수프 통조림은 현재 세븐일레븐에서 3.49달러(약 5100원)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2018년보다 75% 오른 가격이다.

◇ 수입 원료 비싸지자 농가·식품업체까지 부담


철강 관세의 부담은 캔 제조업체를 넘어 식품회사와 농가로 번지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애벗 농장은 전체 농지의 10%도 되지 않는 토마토 재배에서 연간 매출의 40% 이상을 올린다. 그러나 캔 가격이 오르면서 식품업체 레드골드는 올해 이 농장의 계약 재배 면적을 지난해보다 10에이커 줄인 465에이커로 제한했다.
레드골드가 구매하는 통조림 캔 가격은 크기와 제조업체에 따라 올해 최대 17% 올랐다. 대형 고객들은 가격이 싼 이탈리아와 이집트산 캔 토마토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글렌 애벗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려는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농장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관세의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캔 업계는 수입 주석도금강판에 붙는 관세를 없애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외에서 내용물까지 채워 수입되는 완제품 통조림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입 원료에는 관세가 붙지만 해외에서 완제품으로 들어오는 통조림은 철강 관세를 피할 수 있어 미국 업체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수입 캔 복숭아에는 이미 17%의 관세가 부과되고 중국산에는 25%의 추가 관세까지 적용되지만 상당한 물량이 계속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캔복숭아 업계는 철강 관세가 중국과 그리스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오히려 높였다고 주장했다.

◇ 철강 공장·일자리도 기대만큼 늘지 않아


트럼프표 관세는 미국 주석도금강판 산업을 되살리는 데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위어턴 제철소는 1970년대 전성기에 1만4000명 이상을 고용했지만 2024년 초 문을 닫으면서 직원 9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18년 미국에서 주석도금강판을 생산하던 공장은 12곳이었지만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은 3곳뿐이다. 미국 캔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철강 가운데 수입산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미국 철강업체의 전체 고용 인원도 2025년 8만5400명으로 2018년보다 13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주석도금강판을 사용하는 미국 통조림 가공공장에는 약 7만8000명이 일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의 공급망 전문가 제이슨 밀러 교수는 “미국 철강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생산하려 하지 않는 저수익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 수요 업종의 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관세 단체인 미국제조업연맹은 철강 관세가 산업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관세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US스틸도 중국과 대만, 튀르키예산 주석도금강판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인디애나주의 가동 중단 공장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스 전 장관은 주석도금강판 생산이 까다롭고 수익성도 낮다며 미국 철강산업의 미래가 통조림 캔에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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