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MS와 최종 맞대결…캐나다 방산 자립 의지가 한화오션엔 기회
"생산 참여 보장하는 쪽이 이긴다"…한화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생산 참여 보장하는 쪽이 이긴다"…한화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이미지 확대보기한화오션이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방산 사업 중 하나인 캐나다 순찰 잠수함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의 최종 수주전에서 독일 TKMS와 마지막 승부를 벌이고 있다. 단순한 잠수함 판매 경쟁이 아니다. 캐나다 방산 자립 전략과 공급망 주권이라는 국가적 의제가 수주 결정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한화오션이 어떤 산업 참여 패키지를 제시하느냐가 사실상 이번 수주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캐나다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캐나다 파이낸셜 포스트(Financial Post)에 기고한 마크 노먼(Mark Norman) 전 캐나다 해군 부참모총장은 "캐나다 정부가 생산 참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가 천명한 방위산업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경고했다. 이 기고문은 캐나다 방산 전문가 사이에서 즉각 반향을 일으켰다. 역설적으로, 이 경고는 한화오션에게 결정적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
캐나다의 절박함이 한화오션의 기회다
노먼의 기고는 캐나다 정부의 현 조달 전략에 대한 공개 비판이지만, 그 내용을 한화오션의 시각으로 읽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그가 촉구하는 것은 정확히 한화오션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먼은 "완성된 잠수함을 해외에서 사온 뒤 사후에 정비 능력을 구축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방식이 바로 캐나다가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Victoria)급 잠수함에서 겪은 반복적 운용 차질과 유지·보수 난항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기 생산 단계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부품·정비·개량 전 과정에서 외국 공급망에 영속적으로 종속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캐나다가 이번 사업에서 단순한 완성품 납품업체가 아니라, 자국 산업을 생산 공정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켜줄 파트너를 원한다는 뜻이다. 한화오션이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면, 단순 성능 비교에서는 막강한 저지급(Type 212CD) 실적을 보유한 TKMS와의 경쟁에서 판을 뒤집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한화오션의 강점…"K-조선이 증명한 제조 역량"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특수선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잠수함 분야에서도 독자적 기술 체계를 구축해온 업체다. 장보고-III 배치-II(KSS-III Batch-II) 잠수함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으로, 수직발사관(VLS) 탑재와 리튬이온 배터리 적용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구현했다.
노먼이 제시한 모델은 "잠수함 전체를 캐나다에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도요타 RAV4처럼 부품을 여러 나라에서 생산해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한화오션에게 유리한 구조다. 핵심 전투 체계와 추진 기술을 한화오션이 설계·주관하면서, 선체 섹션 조립·의장 공사·시스템 통합의 일부를 캐나다 조선·방산 기업과 분담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캐나다가 요구하는 '공급망 주권'과 '첨단 제조 역량 내재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접근법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폴란드 잠수함 사업 등 유럽 시장 진출 과정에서 현지 산업 참여(Local Content)를 핵심 수주 전략으로 활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사업에서도 이 전략이 적용된다면,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캐나다 방산 기업을 한화오션의 글로벌 잠수함 공급망에 편입시키는 장기 파트너십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TKMS의 벽…그리고 한화오션이 파고들 균열
TKMS는 강력한 경쟁자다. 독일 Type 212A·212CD 계열은 공기 불요 추진(AIP) 기술의 세계 표준으로 평가받으며,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나토 회원국 다수에 납품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빅토리아급 운용 경험으로 유럽 잠수함 계열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러나 균열도 존재한다. 노먼은 "독일과 캐나다 간 방산 협력 관계가 과거에 비해 느슨해졌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또한 그리스 잠수함 사업에서 확인된 것처럼, TKMS의 Type 214는 캐나다의 에게해 분쟁 당사국 격인 잠재적 경쟁국 해군에도 납품된 전례가 있어 정치적 민감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특정 국가와의 지정학적 갈등 구도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낮다.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에 대한 가치(Value for Canada)' 확보를 명분으로 입찰 마감을 3주 연장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두 업체 모두에게 절충 교역(offsets) 및 산업 참여 조건을 보강하라는 압박이다. 한화오션이 이 연장 기간을 활용해 캐나다 산업계와의 파트너십 구조를 더욱 구체화한 제안서를 제출했다면, 판세를 바꿀 수 있다.
오는 6월 나올 캐나다 정부의 최종 결정은 단순한 잠수함 구매 계약이 아니다. 노먼의 말처럼 "지금의 선택이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해군 전력과 방산 산업의 방향을 동시에 결정한다." 역설적으로, 캐나다의 방산 자립 의지가 강할수록 한화오션에게 유리한 게임이 된다. 이제 관건은 한화오션이 캐나다의 절박한 필요를 자신의 언어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번역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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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