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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美에 ‘비상 달러 라인’ 요청… 중동전쟁 장기화 대비

국제 금융 허브 위기감, 연준 스왑라인 타진하며 경제 방어막 구축
오일머니 ‘달러 패권’ 균형 흔들리나… 위안화 결제 가능성 등 압박
UAE 수도 아부다비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UAE 수도 아부다비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동의 금융 및 물류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파급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비상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재무적 생명줄’ 마련을 공식 타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칼리드 모하메드 발라마 UAE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회의 기간 중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을 만나 통화 스왑(Currency Swap) 라인 개설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UAE는 현재까지 전쟁의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고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출 차질과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 장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봉쇄에 막힌 ‘오일 달러’… UAE, 외환보유액 고갈 우려


UAE가 미국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전쟁이 길어질 경우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던 자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현재 UAE는 원유 도입량의 9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달러 수익의 핵심인 원유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21일 기준 환율(1달러당 1472.7원)을 적용할 때, UAE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약 2700억 달러는 한화로 약 397조 413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그러나 전쟁 리스크로 인한 주식 시장 변동성 확대와 급격한 자본 유출(Capital Flight) 현상이 발생할 경우 디르함화의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지난달 6일 보고서에서 “UAE의 재정적·경제적 유연성이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원유 수출의 장기적 중단과 기반 시설 피해는 기존 예상치에 명확한 위험 요소가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지난달 초 푸자이라 지역의 시설 화재와 두바이 시내의 폭발 여파 등으로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위안화 결제’ 카드 꺼낸 UAE, 미 달러 패권 정조준


이번 협상 과정에서 UAE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탈달러화’ 가능성이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 관계자들은 미측 당국자들에게 "UAE에 달러가 부족해질 경우, 원유 결제나 기타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 등 타국 통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거래의 90% 이상이 달러로 이뤄지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 대한 우회적인 위협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주도한 이란 공격의 여파로 UAE가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미국이 금융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UAE의 요청을 즉각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연준은 통상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5개국 외에 멕시코, 브라질, 한국 등 미국 금융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 위주로 스왑라인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 허브 사수 사활… 아부다비, 40억 달러 긴급 수혈


미국과의 협상과는 별개로 UAE는 자체적인 자금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부다비는 이달 초 골드만삭스 등을 통해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8876억 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특히 긴박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 금리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까지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UAE는 이웃 국가인 바레인과도 약 50억 달러(한화 약 7조 3595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왑 협정을 체결하며 지역 내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중동 국가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석유 공급 충격’이라고 규정한 상황에 맞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모하메드 알 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워싱턴 패널 토론에서 "적대 행위가 완전히 끝나더라도 유조선 운항 등 물류 체계가 정상화되는 데는 최소한 6월 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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