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1위 산유국에도 중동 의존 8%에 발목… 호르무즈 봉쇄 시 유가 $100 돌파 불가피
정쟁에 갇힌 美 에너지 정책, 중국은 핵발전·그리드 선점으로 대응… 한국 ‘3고 위기’ 비상
정쟁에 갇힌 美 에너지 정책, 중국은 핵발전·그리드 선점으로 대응… 한국 ‘3고 위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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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에너지 지배력’의 역설… 중동 원유 없이는 못 돌아가는 美 정유소
미국은 하루 13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쏟아내는 압도적 산유국이지만, 역설적으로 지난해에도 매일 620만 배럴의 원유를 해외에서 사들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각) 서드웨이(Third Way)의 조쉬 프리드 부회장의 기고를 인용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정제 시설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미국 정유 시설의 70%는 자국산 ‘경질 감미유(Light Sweet Crude)’가 아닌, 캐나다나 중동에서 생산되는 ‘중질 고유황유(Heavy Sour Crude)’에 최적화됐다. 경질 감미유란 원유 밀도와 황 함량(황 함유량이 0.5% 미만)을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최상급 품질의 원유를 말한다.
전체 수입량의 8%를 차지하는 중동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에너지 가격 폭등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은 즉각적인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기름값이 올린 밥상 물가… 실물 경제 강타하는 ‘도미노 충격’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에 머물지 않고 실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 미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선을 돌파했고, 항공유는 단기적으로 80% 이상 폭등하며 여행객들의 발을 묶었다.
가장 치명적인 분야는 농업이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비료 생산비가 전체 비용의 80%를 차지하면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재점화했다.
"정치 싸움에 골든타임 상실"… 중국의 질주와 미국의 내전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이 화석 연료와 청정에너지를 두고 '에너지 내전'을 벌이는 사이, 중국은 실용적 안보 전략으로 격차를 벌렸다. 중국은 수조 달러를 투입해 전력망(그리드)을 확충하고 신규 원자로를 건설하며 에너지 충격에 견딜 체력을 비축했다.
반면 미국은 원전 건설과 파이프라인 확충을 두고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정책 불확실성만 키웠다. 최근 원자력 분야에서 '기후대응(민주)'과 '국가안보(공화)'라는 접점을 찾으며 초당적 협력이 시작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변화다.
한국 경제, '3고 위기' 재발 가능성에 촉각
미국발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재발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자원 빈국인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공급망 대격변에 따른 실무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지표는 중동의 화약고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 긴장 지수'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이곳의 봉쇄 위기는 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이어 한미 에너지 동맹이 단순한 자원 구매를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 협력으로 진화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특히 유가 상승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위협하는 '수입 물가 연동 무역 수지' 추이를 살펴야 한다. 국가 안보에는 정파가 있을 수 없다. 에너지가 무기화되는 지정학적 시대에 자원 빈국인 한국 역시 이념을 넘어선 실용적 '에너지 믹스' 재편만이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