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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가 맺어준 밀월”… 인도·러시아, 석유·가스 동맹 강화 나선다

미·이란 분쟁에 따른 에너지난 속 ‘전략적 파트너십’ 재점검… 루피-루블 결제 확대
러시아, LNG 및 비료 공급 40% 증대 의지… 트럼프 ‘중동 집중’에 러시아 제재 완화 기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2025년 12월 5일 뉴델리에서 회담 후 공동 성명 발표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2025년 12월 5일 뉴델리에서 회담 후 공동 성명 발표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역설적으로 인도와 러시아의 경제적 밀착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동발 공급망이 마비된 틈을 타 러시아는 인도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겨냥해 석유와 가스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인도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모스크바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선택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 현지 외교가에 따르면, 양국은 최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에너지 및 비료 공급량을 늘리고 결제 시스템을 다변화하기로 합의했다.

◇ 호르무즈 봉쇄가 부른 ‘러시아산의 귀환’


인도는 원유 소비량의 8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절반 가까이를 중동에서 조달해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인도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위협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었다.

이달 초 인도를 방문한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러시아 기업들은 인도에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꾸준히 늘려 공급할 역량이 있다"고 확언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을 우려한 미국이 인도 등 일부 국가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30일간 면제해준 점도 양국의 거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발판이 되었다.

◇ 루피-루블 체제 강화… 제재 비껴가는 ‘그림자 금융’

인도와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대부분의 거래를 루피-루블 체제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국제 결제망(SWIFT) 퇴출 등의 제재를 피하면서 안정적인 수입 대금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인도의 농업에 필수적인 광물 비료 공급을 40% 늘렸으며, 요소(Urea) 생산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중동발 비료 공급 차질을 러시아산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옮겨가면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 “중국 의존도 낮추려는 러시아 vs 에너지 안보 급한 인도”


양국의 이해관계는 시장 상황과 맞물려 절묘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던 에너지 수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인도를 핵심 파트너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의 압박으로 인도가 수입을 줄였을 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전략적 이익을 위해 다시 손을 잡는 분위기다.

하쉬 V. 판트 옵서버 리서치 재단 부사장은 "트럼프의 현재 주적은 이란"이라며 "미국이 지금 당장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강력히 제재하기보다는 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도 내부에서는 미국의 면제 조치가 끝나기 전에 러시아 공급업체와 선불 계약을 체결해 향후 6~7개월치 전력 공급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국 에너지 업계에 주는 시사점


인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중동 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러시아나 북미산 에너지 도입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인도의 비료 수요를 흡수하는 흐름을 주시하며, 국내 농업 및 산업용 요소 수급망이 중동 분쟁으로 타격받지 않도록 수입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거래를 묵인하는 흐름이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가이드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하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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