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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주, 이란 평화안에도 끄떡없는 이유... "진짜 타깃은 중국"

유가 5% 급락·증시 반등 속에도 방위산업 ETF 반등
AI 자율무기·미사일 대량생산 체제로 국방비 재편 가속
 이란 분쟁 해소가 가시화될수록 미국 국방 예산은 소모전 방식의 중동 작전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장기 대결을 겨냥한 첨단 무인 체계·미사일 양산 체제로 더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분쟁 해소가 가시화될수록 미국 국방 예산은 소모전 방식의 중동 작전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장기 대결을 겨냥한 첨단 무인 체계·미사일 양산 체제로 더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이란에 15개 항의 평화안을 제시하며 중동의 긴장 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방산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편, 중국이다. 이란 분쟁 해소가 가시화될수록 미국 국방 예산은 소모전 방식의 중동 작전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장기 대결을 겨냥한 첨단 무인 체계·미사일 양산 체제로 더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월스트리트에서 힘을 얻고 있다.

유가 5% 급락, S&P500 0.5% 반등... 시장은 '협상' 베팅


25(현지시간) 배런스(Barron's)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파키스탄을 중개 채널로 활용해 이란 측에 전달한 15개 항 평화안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배럴당 93~98달러 수준으로 5% 안팎 밀렸고, WTI 기준유도 전쟁 발발 이후 최저인 87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전쟁 발발 직후 115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단 하루에 대폭 후퇴한 것이다. 뉴욕 증시 S&P500 지수는 0.5% 오르며 안도 반등을 연출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05포인트 상승했다.

평화안의 핵심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전면 중단 및 핵물질 이전 금지다. 둘째, 헤즈볼라 등 역내 무장 세력에 대한 자금·군사 지원 차단이다. 셋째, 이에 상응하는 경제 제재 완화와 정권 교체 추진 불가 보장이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5개 항의 자체 반대안을 내놓으며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 인정과 침략 행위의 완전한 중단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이란 외무장관은 "중개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은 미국과의 협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요구가 현격히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협상 가능성 자체에 무게를 두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회복했다.

"중동보다 중국" 주목하는 방산 투자자

주목할 대목은 방산 관련 ETF의 흐름이다. 'iShares 미국 항공우주·방위 ETF(ITA)'는 이날 1.6% 반등했다. 이란-이스라엘 분쟁 격화 이후 과도한 군수 소모 우려로 약 9% 가까이 밀렸던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전쟁 위험이 낮아지면 방산 지출도 줄 것이라는 논리가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방산 스타트업 마크 인더스트리스(Mach Industries)의 에단 손튼(Ethan Thornton) 최고경영자(CEO)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장의 모든 핵심 역할이 자율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속도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미국의 전략적 생존이 걸린 문제"로 규정하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저비용 대량 생산 무인 체계야말로 향후 미 국방 전략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인더스트리스는 시퀀시아캐피털(Sequoia Capital)이 첫 방산 분야 투자를 단행한 기업으로, 현재 미 육군과 공군 등에 자율 타격 드론 및 정밀 순항 미사일 납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국내 증시에도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대형주는 최근 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와 미국 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이 맞물리며 주가가 상당 폭 상승해 있는 상태다.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 수순을 밟더라도 미국이 중국 억지를 위한 동맹국 방위력 강화를 요구하는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방산 수출 전망에는 큰 변수가 없다는 것이 국내 증권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2028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 미사일 시장이 방산의 새 심장


미국 국방부는 최근 허니웰(Honeywell), BAE 시스템즈(BAE Systems),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등 주요 방산 업체들과 미사일 생산역량 확충을 위한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제프리스(Jefferies)의 방산 담당 애널리스트 셸라 카야올루(Sheila Kahyaoglu)"미사일 관련 방산 시장 파이프라인이 2025년 약 300억 달러(한화 약 45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2028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로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화력통제(MFC) 부문 매출은 2025145억 달러(218400억 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회사 전체 매출은 약 750억 달러(113조 원)를 기록했다.

생산 방식의 혁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첨단 제조 스타트업 하드리안(Hadrian)과 잠수함 생산 공정 개선 계약을 체결했다. 하드리안은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숙련 인력 교육 시스템을 결합해 중소 규모 공장에서도 방산 부품을 유연하게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 중이다. 이는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맞서 '분산·신속·저비용'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비대칭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중동 화해와 방산주... 단순 악재로 읽으면 오산


역사적으로 국제 분쟁이 마무리될 때마다 방산주는 단기 조정을 받아왔다.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이른바 '평화 배당(Peace Dividend)' 시기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현재의 방산 투자 논리는 중동이라는 단일 변수를 넘어선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분쟁을 거치며 파악한 핵심 교훈은 "첨단 무기는 빠르게 소모되며, 보충 능력이 곧 전쟁 수행 능력"이라는 점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란과의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미국의 군수 생산 역량 확충 기조는 되돌리기 어렵다""관건은 어느 기업이 AI 자율 무기 체계와 미사일 대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하느냐"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이 이란 협상 테이블의 결과보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방위산업 재편 속도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방산업계·투자자를 위한 전략적 시사점


이번 미-이란 평화 협상 국면이 한국 방산업계와 방산 투자자에게 주는 전략적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이란 리스크 완화=방산주 악재'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국 국방 예산의 무게 중심이 소모성 중동 작전에서 중국 억지를 위한 장기 전력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방위비 총액 자체는 줄지 않고, 지출 방향만 바뀌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처럼 미국과 공동 개발·수출 협력 체계를 갖춘 기업은 이 변화의 수혜 구간에 있다.

둘째, K-방산의 새로운 경쟁 무대는 '첨단 제조 역량'이다. 미국이 AI 기반 무인 체계와 고속 미사일 양산 능력을 국방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하면서, 단순 완성품 수출보다 핵심 부품·소재·제조 공정 협력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방산 기업이 마크 인더스트리스, 하드리안 같은 미국 방산 스타트업과의 공급망 연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셋째, 방산 ETF보다 '틈새 종목'을 주목할 시점이다. 미사일 유도 체계, 전자광학 센서, 소형 제트 추진 장치 등 자율 무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분야는 대형 방산 업체보다 전문 중견 기업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수주 동향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것이 중장기 방산 투자의 알파(α)를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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