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3.54달러(약 5190원)까지 상승했다고 CNBC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4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휘발유 가격은 약 21% 상승했다. 이번 급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업체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지난주 휘발유 가격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가장 큰 3일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상승 이전에는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다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편이라고 AAA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에너지 가격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매우 곧 끝날 수 있다”고 9일 말했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이 이란에 대한 공격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도 전쟁 여파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6600원)를 넘어서기도 했으며 이후 약 84달러(약 12만310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전쟁이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세르 CEO는 “과거에도 공급 차질을 겪은 적이 있지만 이번 사태는 이 지역 석유·가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미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 부담 변수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가 안정 성과를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 물가 상황에 대해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하락을 예로 들며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식료품 가격, 에너지 가격, 항공료, 주택담보대출 금리, 임대료, 자동차 할부금이 모두 내려가고 있고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다시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문제는 주요 정치 이슈로 꼽힌다.
◇봄·여름철 계절 요인도 가격 상승 압력
전쟁 외에도 계절적 요인 역시 휘발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사 디아즈 AAA 대변인은 봄방학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통상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봄 후반에는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춘 여름용 휘발유가 시장에 공급되는데 이는 겨울용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디아즈 대변인은 “이런 요인에 원유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 주유소 가격이 오르게 된다”며 “휘발유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원유는 변동성이 큰 글로벌 상품”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바비 그리핀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가 마진 압박을 피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 정유업체의 마진이 몇 주 동안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원유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주유소 가격은 비용 절감이 바로 소비자에게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즉각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