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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시대] "AI가 작전 짜고, 드론이 실행한다"… 미·이란 전쟁이 증명한 '알고리즘 전쟁' 시대의 개막

이란 공습 작전에 클로드(Claude) 투입… "AI 없으면 전력 6~12개월 뒤처진다"
2만 달러짜리 드론이 수억 달러 방공망 소모… 이란식 '비용 비대칭 전략'의 역습
"인간은 승인만, AI가 전쟁 설계"… 국제인도법의 공백이 부른 책임의 공동화
이란 공습 작전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공습 작전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228일 새벽, 이란 테헤란 상공에 경보음이 울렸을 때 이미 승부는 기울어져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시한 합동 공습 '에픽 퓨리' 작전의 표적 목록은 인간 정보 장교가 아닌 인공지능(AI)이 설계했다. 수천 대의 드론이 미사일보다 먼저 이란 방공망을 마비시켰고, AI가 추적한 경호 차량의 이동 경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특정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중동의 지역 분쟁이 아니다. AI와 드론이 전쟁의 주체로 전면에 등장한 인류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이란 분쟁 국면 속 'AI·무인기' 전력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이란 분쟁 국면 속 'AI·무인기' 전력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클로드가 작전을 짰다… "AI 없으면 6~12개월 뒤처진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에 따르면 이번 이란 공습 작전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앤스로픽(Anthropic)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팔란티어가 위성 사진, 드론 영상, 레이더 신호, 감청 자료 등 각 기관에 산재한 데이터를 하나의 분석 환경으로 통합하면, 클로드가 그 위에서 표적의 위협 수준을 평가하고 공격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방식이었다. AI는 또 과거 위성 영상과 현재 정보를 비교해 시설 변화를 감지하고, 특정 표적 공격 이후 적의 대응 시나리오까지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클로드를 정보 평가, 표적 추적, 전장 시나리오 설계 전반에 걸쳐 운용했다. 앤스로픽은 팔란티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4년 말부터 클로드를 기밀 군사 환경에 제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전쟁 직후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군 관계자들이 클로드 없이는 전력이 6개월에서 12개월, 어쩌면 그 이상 뒤처질 것이라고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방산·안보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격과 신속한 표적 식별을 위해 이제는 AI의 도움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AI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인간이 이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AI 판단의 불투명성,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스티브 펠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검증되지 않은 고살상 무기 체계에 AI 판단을 위임할 경우 학교나 병원 같은 민간 시설 타격이라는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분쟁에서 사용한 AI 표적 데이터베이스 '라벤더(Lavender)'10% 이상의 오차율로 수천 명의 민간인 희생을 불러온 것이 그 전례다. 이번 이란 공습에서도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와 학교, 병원 등 민간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드론의 역습… "2만 달러로 수억 달러짜리 방공망을 소진시킨다"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 또 하나의 주역은 드론이었다. 이란은 20263월 초까지 약 2000대의 드론과 5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의 공격 빈도는 전쟁 초기 대비 90% 감소했지만, 드론은 달랐다. 이란은 월 1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폭 드론 '샤헤드(Shahed)'1만 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약 2만 달러(2960만 원) 수준으로, 적이 이를 격추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방공 자산을 소모하게 만드는 '비용 비대칭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역시 이란의 전략을 역모방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에 이란의 샤헤드 구조를 응용해 개발한 자폭 드론 '루카스(Lucas)'를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델타익(삼각 날개) 구조와 저가형 복합소재를 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루카스는 대당 가격이 약 35000달러(약 5160만 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MQ-9 리퍼 무인기나 200만 달러(295300만 원)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에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특히 루카스에는 AI 판단 시스템이 탑재돼 타격 직전에 민간인이나 민간 장비를 인식할 경우 공격을 스스로 취소하고 재지정하는 기능이 내장됐다.

방산업계에서는 "한국도 단순 저가·대량생산에만 주목하지 말고, 선진국들이 주력하는 무인 무기체계의 핵심인 군집 운용능력과 자율작전능력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간은 승인만 한다"… 무너지는 책임의 윤리


이번 전쟁에서 가장 선명하게 부각된 것은 책임 소재의 공동화 문제다. AI가 작전을 설계하고 인간은 최종 승인만 하는 구조에서, 오판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습에 대해 "전쟁에서 AI의 사용은 더 이상 이론적인 것이 아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형성하는 과정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평가했다.

뉴캐슬대 크레이그 존스 강사는 가디언(Guardian)"AI 무기는 사고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무엇을 공격할지 권고한다"며 인간의 통제력 상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펠드스타인 연구원은 "인류가 이 도구들을 다룰 적절한 규칙과 책임 규범을 갖추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No)'"라고 단언했다. 1949년 체결된 제네바 협약을 비롯한 기존 국제인도법(IHL)AI가 자율적으로 교전 판단을 내리는 상황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 4분 후 발사대를 타격하는 AI 시스템 앞에서 인간이 검증할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평화연구소(IEP)는 최신 세계평화지수 보고서에서 "드론과 AI의 결합이 전쟁의 경제적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며, 갈등이 시작되기는 쉽고 끝나기는 극도로 어려운 '영구 전쟁'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수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AI 모델들을 대상으로 한 전쟁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AI는 높은 확률로 핵무기 선제 사용이라는 극단적 선택지를 합리적 대안으로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역사적·외교적 맥락보다 효율적 승리를 최우선으로 계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AI 기반 무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했다"며 국제 규제 마련을 호소했지만, ·중 패권 경쟁 속 AI 군사화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다.

한국, AI 전쟁의 관객인가 당사자인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방부 자문위원회의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 해체 권고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이 저가 드론으로 상대의 고가 방공 자산을 소진시키는 전황이 현실로 확인된 시점에, 드론 운용 전담 조직을 축소하려는 방향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세계 9위권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고, 동시에 소형 무인기로 서울 상공을 침범한 전례가 있는 북한과 155마일 휴전선을 맞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6일 국방데이터 인공지능 위원회를 열어 민군 협업 AI 생태계 구축 방향을 논의했지만, 실전에서 AI 전쟁이 이미 개막한 속도에 비하면 한참 느린 걸음이다.

이번 미-이란 전쟁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AI가 작전을 설계하고 드론이 국경을 넘는 시대, 한국은 이 기술을 통제할 규범을 논의하는 국제 테이블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그 결정을 기다리는 자리에 서 있는가. 알고리즘이 전쟁을 결정하는 세계에서, 준비하지 않는 쪽이 결정의 피해자가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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