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무기 거부한 대가"… 1조 4790억 규모 메이븐 프로젝트 소프트웨어 전면 교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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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1조 4790억 원짜리 '메이븐' 흔들린다… 클로드 제거 어디까지 왔나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팔란티어(Palantir)가 미 국방부 핵심 AI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s)'에서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제거하고 대체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메이븐은 다중 출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군사적 표적을 식별하고 타격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펜타곤 최우선 AI 전력 프로그램이다. 팔란티어는 이 시스템과 관련해 10억 달러(약 1조 479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내부 구조의 상당 부분이 클로드 기반 프롬프트와 작업 흐름 위에 세워진 탓에 교체 작업의 규모와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팔란티어가 소프트웨어의 상당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사태의 발단은 앤스로픽이 자사 모델의 자율무기 통합 및 대규모 감시 활동 적용을 차단하는 '안전 가드레일' 원칙을 끝내 철회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앤스로픽과의 거래 중단을 명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과 거래하는 어떤 민간업체도 앤스로픽과 상업적 협력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 기업들도 펜타곤의 지침에 따라 자사 공급망에서 앤스로픽의 개발 도구를 걷어내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가처분으로 금지 조치가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군 당국의 의지가 완강한 만큼 군사 AI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엔비디아 '자금 순환 논란'에 출구 선택… 투자 규모 3분의 1로 축소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Nvidia)도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기술·미디어·통신 콘퍼런스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황 CEO는 두 회사의 기업공개(IPO) 임박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지난 4일 테크크런치는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투자한 뒤 그 자금으로 다시 자사 칩을 구매하게 유도하는 이른바 '자금 순환 구조'에 대한 거품 논란이 확산하자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하려던 당초 계획을 대폭 줄여, 지난주 마감된 투자 라운드에서는 300억 달러(약 44조 3700억 원)만 집행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앤스로픽과 국방 계약을 속전속결로 확대하는 오픈AI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역학이 엔비디아의 '선제 후퇴' 결정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프 팔란티어 CEO의 직격탄… "거부하는 기업이 국유화를 부른다"
혼돈의 한가운데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실리콘밸리를 향해 날이 선 발언을 쏟아냈다. 카프 CEO는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 기술 콘퍼런스에서 앤스로픽을 겨냥한 듯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군사 지원은 거부하는 기업들은 결국 기술의 국유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란티어는 창사 이래 줄곧 미 국방부·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핵심 사업 축으로 삼아온 터라, 이번 발언은 '안전 가드레일'을 내세워 군 납품을 거부한 경쟁사를 향한 직격탄으로 읽힌다.
"성능보다 정치적 적합성"… 한국 방산 AI 생태계의 시사점
실제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개발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AI 공급망 재편은 향후 한미 방산 협력의 기술 표준 논의에도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메이븐 사례처럼 특정 AI 모델에 깊이 의존한 시스템이 정치·외교적 이유로 하루아침에 교체를 강요받을 경우, 국내 방산 AI 개발진도 '벤더 종속(Vendor Lock-in)' 리스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국가 안보 논리와 정면충돌하는 국면이 열렸다며 이제 AI 공급망의 핵심 선별 기준은 순수한 기술 성능보다 '정치적 적합성'으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 '어떤 AI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기술적 선택을 넘어 지정학적 선택이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