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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미국, 2030년 ‘꿈의 에너지’ 핵융합 상용화 쟁탈전… “무한 동력 시대 연다”

독일의 프로크시마 퓨전은 정부 및 민간 기업과 손잡고 오는 2030년대 상용화를 공식 선언하며 미국이 주도하던 핵융합 레이스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프로크시마 퓨전은 정부 및 민간 기업과 손잡고 오는 2030년대 상용화를 공식 선언하며 미국이 주도하던 핵융합 레이스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연합뉴스

인류가 수십 년간 ‘30년 뒤의 기술’로 치부했던 핵융합 발전이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대를 맞아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실질적인 산업화 궤도에 진입하며 인류 에너지사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외신 파퓰러 사이언스의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 내용에 따르면, 독일의 프로크시마 퓨전은 정부 및 민간 기업과 손잡고 오는 2030년대 상용화를 공식 선언하며 미국이 주도하던 핵융합 레이스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의 ‘스텔라레이터’ 대반격… 24시간 연속 운전으로 승부수


지난 2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기반의 핵융합 스타트업 프로크시마 퓨전(Proxima Fusion)은 바이에른주 정부, 유럽의 에너지 거물 RWE, 세계 최고 권위의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IPP)와 함께 상용 핵융합 발전소 ‘스텔라리스(Stellaris)’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실제 유럽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산업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로크시마 퓨전이 채택한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 방식은 기존 ‘토카막(Tokamak)’ 방식의 고질적 한계인 불연속성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카막이 펄스 형태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반면, 스텔라레이터는 정교한 3차원 자석 설계를 통해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플라즈마 유지가 가능하다. 이는 기저 부하(Baseload) 전력을 담당해야 하는 상용 발전소로서 치명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는 요소다.

이미 독일 군드레밍겐(Gundremmingen)의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 부지는 스텔라리스의 터전으로 낙점됐다. 기존 송배전망 인프라를 그대로 흡수해 초기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상용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이번 발표에서 “AI와 데이터 센터로 인한 기하급수적 전력 수요 증가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핵융합”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속도’와 독일 ‘신뢰성’의 충돌… 민간 자본이 흔드는 판도


상용 핵융합 시장은 이제 국가 대항전에서 민간 스타트업 간의 ‘초격차 레이스’로 변모했다. 미국 헬리온(Helion)은 이미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2028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으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여기에 타입원 에너지(Type One Energy)까지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와 협력하며 미국 에너지부(DOE)의 ‘2030년대 중반 상업화’ 가이드라인을 앞당기고 있다.
금융권과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자본의 성격 변화’로 해석한다. 과거 정부 예산에 의존하던 핵융합이 이제는 수익을 기대하는 민간 자본의 격전지가 된 것이다.

실제로 프로크시마 퓨전은 이번 프로젝트 비용의 20%를 국제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확보하며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소형화와 빠른 시장 진입에 공을 들인다면, 독일은 막스플랑크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형화와 장기적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양강의 전략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공태양’ 상용화의 문턱… 기술 난제와 자본력의 한계


물론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완벽히 제어하고,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넷 에너지 게인(Net Energy Gain)’을 상업적 규모에서 상시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다.

시비레 귄터(Sibylle Günter) IPP 소장은 “과학적 성과가 민관 파트너십을 이끌어냈지만, 이를 발전소라는 실체로 바꾸는 과정에는 정교한 공학적 실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방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독일 프로젝트의 변수다. 미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막대한 자본과 빅테크의 수요를 등에 업고 질주하는 상황에서, 독일 연합군이 공공 인프라와 민간 자본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에너지 지형은 2020년대 후반 헬리온의 실증 성공 여부와 2030년대 프로크시마 퓨전의 스텔라리스 가동 시점에 따라 재편될 전망이다.

누가 먼저 경제적 임계점을 돌파하느냐에 따라 국가 안보와 산업 주도권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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