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헬기·엔진 국산화 대체…30년 만에 세계 10대 수입국서 퇴출
주변국은 '중국 위협'에 역대급 구매…일본·대만 수입량 76%·54% 급증
주변국은 '중국 위협'에 역대급 구매…일본·대만 수입량 76%·54% 급증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해외 무기 수입 규모가 최근 5년 사이 4분의 3 가까이 급감하며 국제 방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베이징 당국이 과거 러시아 등에 의존하던 핵심 군사 기술을 자국산으로 빠르게 대체하면서 외산 무기 도입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아시아 주변국들은 역대급 무기 구매에 나서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를 인용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술 자립으로 돌아선 베이징…러시아산 장비 퇴출 가속
2021~2025년 중국의 무기 수입액은 이전 5년 대비 72% 급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 무기 수입국 순위에서 21위로 밀려났으며, 1991~1995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그간 수입 무기의 66%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으나, 헬기와 항공기 엔진 등 핵심 하드웨어를 국산 기술로 성공적으로 대체하면서 수입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도 이 흐름을 가속했다. 러시아가 자국 전쟁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줄이면서 중국의 국산화 전환이 한층 빨라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수입은 줄이면서 수출은 11% 늘렸다는 점이다. 다만 독일이 글로벌 점유율 5.7%를 기록하며 중국(5.6%)을 추월해 세계 4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은 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는 중국이 타국 군사 기술을 뒤쫓는 추격자에서 독자적 군사 생태계를 갖춘 공급자로 진화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유럽 방산의 빠른 성장이 중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글로벌 패권 재확인…점유율 42%로 압도적 1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최상단은 여전히 미국이 굳건히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2021~2025년 전 세계 무기 수출의 42%를 차지했으며, 직전 기간 대비 27% 성장했다. 특히 유럽에 대한 무기 판매가 217% 급증하면서 유럽이 중동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기 수출 지역으로 처음 부상했다.
2위는 글로벌 점유율 9.8%의 프랑스로, 이전 기간 대비 21% 증가했다. 반면 3위 러시아는 유일하게 수출이 감소한 상위 10개국 중 하나로, 64% 급감하며 점유율이 21%에서 6.8%로 쪼그라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방산 수출 능력을 사실상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SIPRI의 피터 베이즈만(Peter Wezeman)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점점 다극화되는 세계에서도 무기 공급국으로서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이나 리스크'에 떨고 있는 아시아…역내 무기 시장의 주인은 미국
일본은 수입을 76% 늘리며 세계 6위 수입국에 올랐다. GDP의 2%를 국방비에 할당하겠다는 2027년 목표 아래 9조 엔 이상의 역대 최대 방위 예산을 편성해 의회 심의 중이다. 대만 역시 54% 증가했다. 미국은 이미 110억 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를 승인한 바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13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패키지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파키스탄, 일본, 호주까지 포함해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만 4개국이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는 러시아 의존도를 70%에서 40%로 낮추는 대신 프랑스, 이스라엘, 미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수입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며 인도에 맞서고 있다.
중국의 군사 자립이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주변국들은 미국 중심의 무기 체계로 더욱 밀착되는 역설적인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SIPRI의 시에몬 베이즈만 연구원은 "중국의 의도와 증대하는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의 군비 증강을 계속해서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수입 54% 감소…'방산 강국' 도약의 방증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독특한 전환을 이룬 나라다. 무기 수입이 54% 감소한 것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무기 설계·생산 능력이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 9위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의 58%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체결된 폴란드와의 전차·자주포 계약에서 비롯됐다.
※ SIPRI는 연간 무기 거래 수치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5년 단위로 데이터를 집계·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2021~2025년 데이터를 2016~2020년과 비교 분석한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무기 거래 통계로 평가받는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