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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 트럼프 이란 공습에도 시진핑은 '침묵'…미중 정상회담 변수는

중국, 말뿐인 규탄…배런스 "실질 보복 카드 아직 꺼내지 않아"
AEI·카네기 전문가들 "하메네이·마두로 구출은 중국 핵심 목표 아냐"
트럼프-시진핑 3월 회담 앞두고 에너지·무역 협상 지렛대로 활용 관측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제재 공세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은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원론적 촉구에 그쳤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제재 공세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은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원론적 촉구에 그쳤다. 이미지=제미나이3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시진핑은 말을 아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제재 공세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은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원론적 촉구에 그쳤다. 핵심 우방국이 연속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베이징이 실질적인 보복 카드를 쥔 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중국의 '전략적 침묵'을 해독하는 열쇠다.

미중 3월 정상회담 주요 협상 의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3월 정상회담 주요 협상 의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말의 전쟁에만 머문 중국… 왜 칼을 뽑지 않나


배런스는 지난 1(현지시각)3일 보도를 통해 중국이 미국의 이란 공격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압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행동에는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입장을 인용해 "미국은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도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공급망 안정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외교 무대의 평가는 싸늘하다. 시장과 분석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중국의 반응은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고 지적한다. 이란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핵심 수요처인 중국이 에너지 공급 위기 앞에서도 '언어 수준'의 대응에 머물렀다는 점은 분명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하메네이도, 마두로도 구출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냉정한 진단


미국기업연구소(AEI) 댄 블루멘탈 선임 연구원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최강대국을 자임하지만, 자국의 직접적 이익이 위협받지 않는 한 극도로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베이징은 이란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결국 중국에 석유를 팔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계산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에반 파이겐바움 연구 부사장은 더욱 구조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구출하는 것은 중국의 핵심 전략 목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국의 안보 우선순위는 머나먼 중동이나 남미가 아니라, 동아시아 연안의 군사력 투사 능력 강화와 인접국 위협 감소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중국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유용한 파트너'이지, '목숨 걸고 지킬 동맹'이 아니라는 것이다. 냉철한 실리 외교의 민낯이다.

미중 정상회담 체크리스트, 중국이 진짜 꺼내들 패는 따로 있다


아시아 그룹의 렉슨 류 대표는 배런스를 통해 "중국은 중동 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외교 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취약한 무역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 양측은 정상회담 전까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수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란 사태를 언급하면서도 "미중 관계는 매우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중동 갈등이 양국의 큰 판, 즉 미중 정상회담 자체를 위협하지 않도록 양측이 의도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란 사태에 대한 '전략적 침묵'3월 회담에서 대만 문제·무역 조건·반도체 규제 완화 등 핵심 이익을 관철하는 협상 레버리지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이란 카드를 지금 쓰지 않음으로써 더 큰 판에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되면 '에너지 변수' 터진다… 한국도 긴장해야


중국의 절제된 대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분쟁의 진행 방향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중국은 전략 비축유를 꾸준히 늘려왔으나, 최대 원유 공급처인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동시에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은 구조적 에너지 리스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분쟁이 확산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중국이 '언어적 규탄'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외교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대목은 한국에도 예민한 문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전체 수입량의 70%에 육박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경우, 중동 원유 도입 차질과 국제 유가 상승이 한국의 무역수지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중국이 이란 에너지 공급 다변화에 나서면 아시아 역내 원유 수급 구도가 출렁일 수 있어, 국내 에너지 당국과 정유업계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한국 정부도 즉각 행동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저녁 석유공사·가스공사·코트라 등 관계기관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에너지 수급 상황을 집중 진단했다. 현재 유조선·LNG선 운항에는 이상이 없으며, 수개월치 비축유와 의무 보유량을 웃도는 가스 재고를 확보해 즉각적인 수급 차질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산업부는 사태의 조기 종결을 속단할 수 없다며 ▲중동 정세·유가·선박 운항 실시간 모니터링 ▲비축유 방출 등 비상조치 즉시 가동 태세 ▲긴급 대책반 중심의 컨틴전시 체계 운용이라는 세 축의 대응 방침을 확정했다. 국제 유가 급등이 휘발유·가스요금 등 국민 체감 물가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외교 전략의 문제를 넘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에너지 안보의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세계 질서 재편'의 진짜 시험대


이달 말 열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를 앞에 두고 두 강대국이 각자의 영향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떻게 분담할지, 그 이해타산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는 자리다. 중국의 '전략적 침묵'이 회담장에서 어떤 요구로 번역되느냐가 2026년 국제 질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베이징이 선택한 침묵은 포기가 아니라, 더 비싼 값을 받기 위한 준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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