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RTX 5090, 출시가 2000달러→5000달러 치솟아…소비자 시장 붕괴 현실화
샌디스크 2분기 순이익 8배 급증…"2026년에도 수요가 공급 초과할 것"
샌디스크 2분기 순이익 8배 급증…"2026년에도 수요가 공급 초과할 것"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계 3대 메모리 제조사가 AI 칩 업체를 우선 공급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은 출시가 대비 2배 이상 치솟았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물론 자동차까지 메모리 조달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톰스하드웨어와 기즈모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8일(현지시각)부터 30일 사이 잇따라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난이 2026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3 메모리 업체 '선택과 집중'…"평소 관계가 위기 때 갈린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3대 메모리 칩 제조사가 고객 주문에 극도로 엄격한 심사를 적용하고 있다고 톰스하드웨어가 30일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를 인용한 이 매체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들은 최종 사용자 신원 확인과 주문 수량 검증, 실수요 입증 등 강화된 실사 절차를 시행 중이다.
한 GPU 및 서버 공급업체 임원은 닛케이에 "3개 회사 모두 더 엄격해져서 누구에게 얼마나 공급할지, 고객 수요가 진짜인지 묻고 있다"며 "일부 업체가 필요 이상으로 재고를 쌓아두면 나중에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구축이 전 세계 메모리 칩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엔비디아 같은 AI 칩 업체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대규모 주문을 우선 처리하고 있다. 이들 AI 기업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거의 무한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칩 제조사의 한 중간급 직원은 닛케이에 "엔비디아 같은 AI 칩 개발자들의 수요가 다른 기업들보다 몇 배나 커서, 선도 메모리 제조사들은 소규모 브랜드 고객에게 집중할 여력이 없다"며 "특히 지난 몇 년간 시장이 약할 때 가격을 크게 깎고 주문을 대폭 줄였던 고객들에게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그는 "냉혹한 현실이지만, 메모리 공급자와 관계는 위기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카드 시장 붕괴 현실화…제조사 "존립 위기" 경고
소비자 시장의 타격은 그래픽카드 부문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기즈모도는 지난 28일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 시리즈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출시가 대비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RTX 5090은 출시 당시 기본가 2000달러(약 290만 원)였으나, 일부 모델은 5000달러(약 72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150% 넘게 오른 셈이다. RTX 5080도 출시가 1000달러(약 145만 원)에서 1500달러(약 217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16GB VRAM을 탑재한 RTX 5060 Ti는 뉴에그에서 800달러(약 11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조탁의 한국 지사는 최근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해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미래 존립에 우려를 표한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조탁코리아는 RTX 5060의 새 가격이 "엄청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은 엔비디아가 최근 애드인 보드(AIB) 파트너들과 진행하던 캐시백 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유튜버 더8아우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카드 제조사들이 일부 GPU 부품 조달 비용을 회수하는 데 도움을 줬고 GPU 시장을 더 저렴한 가격에 유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최소 16GB 이상 VRAM을 가진 RTX 5070과 RTX 5070 Ti는 원래 권장 가격의 두 배인 15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 가격 추적 사이트 카멜카멜카멜에 따르면, 에이수스 TUF 게이밍 RTX 5060 Ti 모델은 최저가 540달러(약 78만 원)에서 한 달 만에 680달러(약 98만 원)로 올랐다.
메모리 부족은 그래픽카드를 넘어 노트북, 스마트폰, TV, 셋톱박스, 가정용 라우터, 심지어 자동차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PC 매장에서는 저장 강박을 막기 위해 SSD, HDD, RAM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AI 특수에 웃는 메모리 제조사들...샌디스크 분기 순이익 8배 급증
메모리 업체들은 AI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WSJ은 1월 29일 데이터 저장 기술 업체 샌디스크가 2분기 순이익 8억 300만 달러(약 1조 165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 400만 달러(약 1509억 원)에서 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주당 순이익은 72센트에서 5달러 15센트로 뛰었다.
매출은 30억 3000만 달러(약 4조 396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 18억 8000만 달러(약 2조 7200억 원) 대비 61% 증가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26억 9000만 달러(약 3조 9000억 원)를 예상했으나, 샌디스크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조정 주당 순이익은 6달러 20센트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3달러 62센트를 71% 상회했다.
샌디스크는 3분기 매출 전망을 44억 달러(약 6조 3800억 원)에서 48억 달러(약 6조 9600억 원)로 제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 29억 3000만 달러(약 4조 2500억 원)를 5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 순이익 전망도 12달러에서 14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 5달러11센트를 2배 이상 넘어섰다.
데이비드 고켈러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수요 단계적 변화를 계속 견인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엣지 워크로드, 시스템 복잡성 확대, 저장 용량 요구 사항이 늘어나고 있다"며 "NAND는 이제 세계 저장 수요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비소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 콜에서 "분기 동안 30억 달러(약 4조 35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2026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샌디스크는 지난 29일 일본 컴퓨터 메모리 기술 업체 키옥시아와 합작 투자를 2034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키옥시아 요코카이치 공장에 기반을 둔 NAND 연구·제조 합작은 당초 2029년 말 만료 예정이었다. 연장의 일환으로 샌디스크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분할 지급 방식으로 키옥시아에 11억 7000만 달러(약 1조 6900억 원)를 지불한다.
고켈러 CEO는 "이 합의가 2026년까지 1500억 달러(약 217조 65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NAND 시장을 양사가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지난해 2월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해 독립 기업으로 상장할 당시 36달러(약 5만 2200원)였으나, 1월 29일 장 마감 시 539달러 40센트(약 78만 2600원)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과 전망 발표 후 장외 거래에서 11% 추가 상승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