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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년 새 가격 ‘2배 폭등’…AI 독식에 車·PC업계 ‘패닉 바잉’ 비상

HBM 생산 집중으로 범용 D램 공급난 심화, 반기 기준 가격 100% 이상 상승
DDR4 현물가 계약 대비 172% 폭등…신형보다 구형이 비싼 ‘가격 역전’
2027년 데이터센터 투자 1조 달러 육박, 완제품 가격 8% 인상 등 ‘인플레’ 경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전 세계 반도체 메모리 물량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불과 반년 만에 메모리 가격이 2배 넘게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전 세계 반도체 메모리 물량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불과 반년 만에 메모리 가격이 2배 넘게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전 세계 반도체 메모리 물량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불과 반년 만에 메모리 가격이 2배 넘게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안드로4(Andro4all) 등 외신은 지난 28(현지시각)30일 보도를 통해,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의 생산 설비 쏠림 현상이 자동차와 PC 등 기존 산업용 메모리의 극심한 수급 난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수요에 우선 대응하면서, 올해 초부터 범용 메모리 공급이 급감해 전방 산업 전반의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스마트폰 업계 2의 반도체 팬데믹…사재기 현상까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수인 HBM 수요가 폭증하며 메모리 시장은 유례없는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10~1240~50% 오른 데 이어, 올해 1~3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이 확실시된다. 불과 6개월 만에 가격이 100% 이상 폭등하는 셈이다.
이러한 급등세는 자동차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S&P 글로벌의 제레미 부샤르 에그제크티브 디렉터는 "자동차 업계에서 필요량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려는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생필품 사재기에 비유하는 '화장지 효과'라고 지적했다. 차량 한 대당 D램 비용은 25달러(35800)에서 150달러(215000) 수준이지만, 메모리 공급이 끊기면 수천만 원짜리 차량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어 제조사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저렴한 PC’는 옛말…구형 DDR4 가격이 신형보다 가파르게 상승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은 더 기형적인 구조로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HBM과 최신 DDR5로 전환하며 구형 모델인 DDR4 공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DDR4 현물 시장 가격은 제조업체와의 계약가보다 무려 172%나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는 최신 규격인 DDR5의 상승 폭(76%)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구형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보급형 PC를 조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만 시장 매체 Ctee"구형 기술 제품이 품귀를 빚으며 신형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IDC는 메모리 원가 상승 여파로 올해 스마트폰과 PC 판매 가격이 최대 6~8% 인상되어 소비자 물가 부담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3사 독점 속 1조 달러 투자 경쟁…공급난 해결 기미 안 보여

현재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견고한 과점 구조다. 이들이 수익성 높은 AIHBM 공급에 사활을 걸면서 스마트폰, PC, 자동차용 메모리 공급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이크론의 마니쉬 바티아 상급 부사장은 "AI 수요가 업계 전체 생산능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현재의 메모리 부족은 정말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전망도 어둡다. 조사기관 델오로그룹은 오는 2027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조 달러(14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닛케이는 메모리 부족이 길어지면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경제 안보 전략 물자로 간주해 자국 내 생산 유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AI 중심으로 세계 경제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이라며 "공급망 하단에 위치한 기업과 소비자들은 당분간 고비용 구조를 견뎌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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