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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카드 금리 10%만 받아라"... 월가 '쇼크', 은행주 급락 공포

2026 중간선거 앞둔 '포퓰리즘' 승부수... 시장경제 역행 논란
아멕스·캐피털원 등 금융사 직격탄... "저신용자 대출 길 막힐 것"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이자율을 연 10%로 강제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다. 월가(Wall Street)는 이러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금융 시장의 왜곡을 불러오고, 오히려 서민들의 자금줄을 마르게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런스는 지난 10(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2026120일부터 1년간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선을 10%로 묶는 행정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자 20%는 폭리"... 시장 금리 반토막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는 20일부터 1년 동안 신용카드 이자율을 10%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의 구매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시장 금리와 괴리가 크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은 연 19.65%에 이른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발급하는 제휴 카드의 평균 금리는 연 30.14%, 트럼프가 제시한 상한선(10%)의 세 배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현실화한다면 1994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초저금리 환경이 인위적으로 조성된다. 앞서 조쉬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이 지난해 2월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해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셈이다.

전문가들 "대출 거절 속출... 서민만 피해"


경제학계와 금융권은 '가격 상한제'의 역설을 경고한다. 금융사가 리스크에 합당한 이자를 받지 못하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경제 전략가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금리 상한제는 특히 청년층과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계층의 신용 접근성을 극적으로 떨어뜨릴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시시피 주립대 등 공동 연구팀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일리노이주가 소비자 대출 금리 상한을 36%로 제한하자 6개월 만에 저신용자 대상 대출 건수가 38% 급감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역시 캄보디아와 영국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금융사들이 금리 규제를 피하고자 별도의 수수료나 커미션을 신설해 규제 효과를 무력화한다"고 분석했다. 명목 금리는 낮아지더라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실질 비용은 줄어들지 않거나 대출 기회만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주 실적 '비상등'... 아멕스·캐피털원 타격 불가피


이번 조치는 미국 금융사들의 수익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집계 결과, 카드사들은 2022년 이자와 수수료로만 사상 최대인 1300억 달러(189조 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캐피털 원 파이낸셜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젊은 층 고객 유입에 힘입어 전년보다 18% 늘어난 155억 달러(226200억 원)의 순이자수익을 냈다. 캐피털 원 역시 312억 달러(455400억 원)의 순이자수익을 올리며 주가가 37% 급등한 바 있다.

은행정책연구소(BPI)와 미국은행협회(ABA)는 공동 성명에서 "상한제를 시행하면 소비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규제가 덜하고 비용이 더 비싼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JP모건 체이스 등 주요 은행은 오는 1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 노린 정치적 셈법


트럼프의 급격한 태도 변화는 정치적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때만 해도 물가 부담론을 "거짓(hoax)"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흔들리자 '물가 잡기' 총력전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7%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유권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 트럼프는 최근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나는 탄핵당할 것"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터 앳워터 파이낸셜 인사이트 대표는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가 당선된 것을 본 트럼프가 민주당에 '서민 경제' 이슈를 뺏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제 실행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카드 금리 외에도 주택 시장 개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는 최근 기관 투자자의 단독주택 추가 매입 금지를 시사하고, 의회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2000억 달러(292조 원) 매입을 지시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관치 금융'이 단기적으로 표심을 잡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시장 가격 체계를 무너뜨려 금융사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 상한제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도 악재다. 미국 내 소비 위축은 자동차·가전 등 대미 수출 기업의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들 역시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규제 리스크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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