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오일 급증에도 걸프만 정유시설은 '무거운 원유' 처리 최적화
국제유가 50달러 목표, 베네수엘라 생산량 하루 120만 배럴 회복 추진
한국 정유업계 중동산 원유가격 하락 기대…단기 재고손실은 부담
국제유가 50달러 목표, 베네수엘라 생산량 하루 120만 배럴 회복 추진
한국 정유업계 중동산 원유가격 하락 기대…단기 재고손실은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확보하려는 배경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 가능성을 분석했다.
셰일오일 '너무 가벼워' 걸프만 정유시설과 불일치
미국은 셰일 시추 기술 발전으로 텍사스 서부와 노스다코타에서 막대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셰일오일이 미국 주요 정유사 처리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가볍고 깨끗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질유는 가솔린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고도화 설비(코커 등)를 갖춘 미국 정유사들이 경질유만 투입할 경우 설비 가동 효율이 떨어지고 경제성이 낮다.
텍사스 연안 등 미국 주요 정유시설은 설계 단계부터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는 중질유 처리를 전제로 건설됐다. 미국 연료·석유화학제조업체협회(AFPM)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정제 능력의 약 70%가 중질유를 원료로 쓸 때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된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정제 과정은 복잡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이를 처리할 능력이 있는 미국 정유사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디젤, 항공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석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경질유와 중질유를 적절히 혼합해야 하는데, 베네수엘라 원유가 이 과정에서 핵심 원료가 된다.
미국 10대 정유공장 중 9곳이 밀집한 멕시코만 연안 시설은 중질유 처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설비를 갖췄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4일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미국 걸프만 정유시설은 중질유 정제에서 세계 최고"라며 "민간 업계에 기회만 열어준다면 베네수엘라산 중질유에 엄청난 수요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베네수엘라 자산 통제로 유가 50달러 목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내 유조선과 저장고에 묶여 있던 3000만~5000만 배럴 상당 원유를 인수해 국제 시장에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해당 원유가 곧 미국에 도착할 것이며, 정부 재량에 따라 수익금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은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약 7만 2600원) 선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제재 완화 시 베네수엘라 생산량이 올해 말까지 하루 12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되어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누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유업계, 원가 절감과 재고손실 사이
미국과 베네수엘라 밀착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중동 산유국 간 가격 경쟁이 촉발되어 도입 원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유사들이 저렴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로 눈을 돌리면, 기존 공급처인 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증권가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판매되는 공식판매가격(OSP)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단기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유 수입부터 정제까지 2~3개월이 걸리는 구조상,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사온 원유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유가가 장기로는 이득이지만, 보유 중인 재고 자산 가치 하락으로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회복도 기대된다. 유가 하락은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다만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2월 15일 발표한 자료에서 저유가에 따른 제품 판매가 하락과 중국 추격 때문에 2026년 석유화학 수출액이 전년 대비 약 6.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 장악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을 의미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입선 다변화와 더불어 유가 변동성에 대비한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